매일일보 | 어느 날 청주 YMCA앞 사거리에서 모임이 끝나고 밤늦은 시간에 택시를 탔다.
문제는 반대편에서 탄 사람이 효촌으로 나보다 조금 더 먼 길을 가는 사람이 탔는데, 택시 기사는 나 때문에 그 손님을 못 태웠다고 계속 궁시렁 거리는 것이었다. 시내에서 충북체육관까지 오는 내내 계속해서 아쉬워하는 것이다. 나는 참다 참다 드디어 폭발하고 말았다. “기사님 자꾸 그러실 거면 여기서 내려주세요!” “그러세요. 여기서 내리시죠!” 그렇게 나는 충북체육관 앞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다른 택시를 탈까 싶다가도 또 그런 택시 기사를 만날까 싶어 그냥 집까지 걷기로 했다. 집까지 걸어가는 도중에 택시가 수시로 지나가고 있었지만 나는 이미 조금 전에 탄 택시 기사에게 데어서 또 그럴까봐 다시 택시를 잡기가 망설여졌다. 그래서 집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택시로는 15분이면 갈 거리를 한 시간 반을 걸었다. 그나마도 지름길을 찾아서 가는데 그 정도였다. 가다가 중간에 어느 슈퍼마켓 앞에 있는 평상에서 잠시 쉬었다. 늦가을의 바람이 상쾌했다. 십 분쯤 쉬었다가 다시 길을 재촉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서 집에 도착했다. 어느 늦가을에 아파트 베란다에 거미줄이 있었다. 그 거미줄을 거두어 내려다가 그만 두었다. 어쩌면 거미에게는 평상이 아닐까 싶어서이다. 내가 택시에서 내려 걸어오면서 단 한번 쉬었던 어느 골목에 있던 그 평상이 너무 편안했던 기억 때문이었을까? 아마도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거미줄은 그냥 두고 그 이후에는 잊고 지냈다. 그 후에 겨울이 왔을 테고 그리고 그 평상에서 살던 거미는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아마 어디론가 가지 않았을까 싶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