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최동훈 기자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기업인 대표로 참석해 환영사를 전했다. 현대차그룹이 인도네시아의 소재, 전기차 등 첨단 분야에 대규모 투자하며 적극 교류해온 점이 반영된 행보라는 분석이다.
8일 정부와 재계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전날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각별한 교역 관계를 강조하고 향후 협력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제시했다.
정 회장은 “인도네시아는 한국이 처음으로 외국인 투자를 시작한 국가”라며 “협력 사례는 원자재 투자를 시작으로 봉제업 등 2차 가공업 투자를 거쳐 현재 배터리, 전기차 등 미래 산업까지 발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많은 기업이 정보기술(IT), 전기차 생태계, 의료, 전력 인프라, 패션 등 여러 분야에서 인도네시아의 미래와 함께 할 예정이고 인공지능(AI),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수소산업 등 다양한 미래 첨단 분야까지 (협력 분야가) 확장될 것”이라며 “양국 경제협력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대한상공회의소와 인도네시아상공회의소(KADIN)이 공동 개최했다. 지난 1974년 양국 수교가 시작된 후 두 기관은 한-인니 민간경제협력위원회를 운영해오며 50년간 경제교류를 확대해 왔다. 수교 50주년을 맞은 올해 진행된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양국 재계 인사들이 미래 핵심산업에 관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해 양국 기업인을 격려했고 한국 기업인으로 정 회장을 비롯해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 박상규 SK엔무브 사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윤춘성 LX인터내셔널 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이날 참석한 양국 기업인은 모두 40여명에 이른다.
정 회장이 이번 정·재계 만남에서 기업인 대표를 맡은 점은 그간 적극 펼쳐온 현지 투자와 교류 행보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9년 11월 완성차 수출 시장의 한 곳으로 분류했던 인도네시아에 완성차 생산공장을 설립하기 위한 단독 투자를 단행하며 본격 진출했다.
인도네시아는 앞서 일본차 텃밭으로 새로운 국적의 완성차 업체가 뛰어들어 경쟁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여겨진 시장이었다. 현대차는 다만 당시 인도네시아의 평균 연령(29세)이 낮고 경제성장률이 급상승하는 등 시장 성장 전망이 밝은 것으로 판단해 출사표를 던졌다. 장기적으로는, 항만을 갖춘 인도네시아를 교두보로 연간 300만대 넘는 신차가 판매되는 신흥 시장인 아세안을 공략한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현대차그룹은 현지 완성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적극 투자해 왔다. 지난해 3월 브카시(Bekasi) 델타마스 공단에 연산 15만대 규모의 완성차 생산 공장을 준공해 아이오닉5 등 주력 모델을 생산 중이다. 당시 준공식에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참석해 아이오닉5에 기념 서명하며 현대차그룹 투자 행보에 힘 실었다.
이어 11월에는 현지 광공업 전문 기업 아다로미네랄과 알루미늄 공급 분야에서 협력하는 등 공급망 파트너십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내년부터는 현지에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배터리 합작공장을 설립해 전기차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공장을 기반으로 6억7000만명에 달하는 인구, 풍부한 자원 등 잠재력을 보유한 아세안 자동차 시장을 적극 공략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