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최동훈 기자 | 국내 방위산업 기업들이 우수한 무기체계를 공동 개발해 해외에서 인정받음에 따라, 협력을 통한 ‘K-방산’ 위상강화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방산기업인 한화, LIG넥스원이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천궁-Ⅱ(M-SAM2)’를 함께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천궁-Ⅱ는 기존 ‘천궁’을 개량한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로, 유도탄을 발사해 항공기 공격이나 지상에서 발사된 탄도탄을 유인해 타격을 막을 수 있다. 또한 다기능레이더로 탐지, 식별, 추적, 교전이 모두 가능하다. 천궁에 비해 유도탄의 반응속도와 미사일 요격 성공률이 개선됐다.
천궁-Ⅱ의 높은 기술력은 테스트와 대규모 수출 성과로 입증됐다. 지난해 12월 초 UAE 국군이 천궁-Ⅱ를 현지에서 시험 발사한 결과 명중률 100%를 기록했다. 비교 대상인 미국 패트리엇 미사일(PAC-2)의 절반 가격으로 공급되는 점도 플러스 요인으로 평가받았다.
이를 눈여겨본 외국 곳곳에서 현재 천궁-Ⅱ 수입을 단행하거나 검토 중이다. 지난해 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천궁-Ⅱ를 35억달러(약 4조1800억원) 규모로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역대 최고 수준의 방산 수출 규모로 업계 이목을 끌었다. 올 4분기부터 한화시스템이 발사대, 레이더 체계 등을 공급하고 LIG넥스원이 천궁-Ⅱ를 최종 조립해 UAE에 본격 공급할 계획이다.
UAE 뿐 아니라 현재 사우디아라비아가 천궁-Ⅱ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향후 추가 공급이 예상된다.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는 우크라이나도 천궁-Ⅱ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LIG넥스원은 사우디아라비아와 폴란드, 인도네시아 등 최근 국방력 강화에 힘쓰는 국가를 대상으로 천궁-Ⅱ 영업활동을 적극 펼치는 중이다.
해외에서 인정받는 천궁-Ⅱ는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닌 체계라는 관측이다. 그간 국내 방산업계 기업들은 보안이 중시되는 업계 특성상 공동 개발 목표를 두기보다 경쟁하며 발전해왔다는 분석이다.
앞서 국내 방산업체가 협력을 추진하더라도 정부 또는 외국 업체를 파트너로 두거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 차원의 협력이 주로 이뤄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천궁-Ⅱ 사례를 통해 국내 기업간 협업을 통한 상호 호혜적 성과 창출의 가능성이 확인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화와 LIG넥스원은 천궁-Ⅱ 공급 성과를 통해 맛 본 협력 사례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최근 프랑스 해군이 UAE에 공급하기 위해 제작한 군함인 고윈드(Gowind) 2500 초계함에 탑재할 미사일 공급 입찰에 함께 참여한 것이 또 다른 협력 사례다.
업계에서는 국내 방산업체 간 협력을 확대해 ‘제2의 천궁-Ⅱ 사례’를 창출하는 것이 국익 증진에 이로울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방산업체들이 경쟁을 넘어 다투기까지 한 사례는 해결해야할 문제”라며 “업체간 (보안 침해 우려를 불식하는 등) 신뢰하는 관계를 구축하고 협력하는 것이 더 큰 이익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