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융통화위원 전원 “3.75%까지 인상 가능”
9월 FOMC 회의 결과에 금융시장 경계감 지속
매일일보 = 이채원 기자 |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물가불안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6명은 모두 기준금리를 3.75%까지 올릴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 3.5% 동결을 결정한 직후 이같이 밝혔다. 한국은행은 올해 들어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해왔다.
이 총재는 “당분간 인상 가능성 열어둬야 하는 이유는 첫 번째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잭슨홀 미팅이나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정책에 따라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서는 국제유가까지 연중 최고치를 찍으면서 물가 상승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의 10월 인도분 WTI 선물 가격 종가는 배럴당 91.48달러로 전 거래일 종가 대비 71센트(0.78%) 오르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도 전 거래일 종가 대비 50센트(0.53%) 오른 배럴당 94.43달러로 마감해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오는 19~20일(현지시간) FOMC 회의를 열고 정책 금리를 논의한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한다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최근 유가 상승에 따라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한국은행도 10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 참가자는 기준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96%로 보고 있다. 금리 0.25%포인트(p) 인상 확률은 4%에 그쳤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표된 미국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 헤드라인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고 국제유가 역시 오름세를 보이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다시 높아졌지만 이번 회의에서는 금리를 동결하고 추가 긴축 가능성을 열어두는 점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FOMC 회의에서 금리 동결 결정이 나오면 현 2.00%p인 한·미 금리 격차는 유지된다. 다만 FOMC에서 금리 인상 결정이 나와 한·미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 10월 19일 개최 예정인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에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올려야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FOMC 회의에서 미국 금리 정책이 어떻게 되는지, 미국 금리 정책이 어느 정도 오래 갈지에 따라서 외환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금융시장은 FOMC 점도표에 주목하고 있다. FOMC 점도표는 연준위원들이 앞으로 예상하는 금리 수준을 점으로 찍은 도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동결이 점쳐지고 있지만 9월 FOMC 회의 결과에 대해 금융시장은 그래도 경계감을 보이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시장은 일단 점도표 변화를 주목할 공산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6월 FOMC 회의 당시 제시한 점도표에선 올해 기준금리 중간값이 5.6%이었고 2024년과 2025년은 각각 4.6%와 3.4%였다”며 “따라서 시장의 관심은 올해보다 24년과 25년 점도표 평균값 변화에 주목할 것으로 점도표 상향 혹은 하향 여부가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관심은 연준 추가 인상 유무인데 연준은 6월 점도표에서 연내 추가 2차례 인상 전망을 시사했다”며 “새롭게 발표될 점도표에서도 연준은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추가 인상을 시사하지 않을 경우 시장은 바로 금리 인하를 생각할 것이기 때문에 연준이 추가 인상을 시사하는 것은 추가 인상을 단행하겠다는 의지보다는 금리 인하 기대감을 꺾기 위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