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안광석 기자 | 이제는 입이 아프다. 한두해 일은 아니지만 국회의원들이 일을 안 해도 너무 안 한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을 확인하니 20일 기준 21대 국회에서 처리된 법안은 7702건이다. 의원발 정부발 합해 총 2만4572건이 이번 국회에서 발의됐는데 퍼센티지로 따지면 31%에 불과하다.
식물국회 오명을 뒤집어 쓴 20대 국회 시절 최종 법안 처리율이 36.9%로 역대 최저치였다. 이번 국회 법안처리율은 오는 2024년 4월 22대 총선까지 현재와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신기록이 눈앞이다. 아직 남은 기간이 7개월이나 있다는 반박이 있을 수 있겠지만, 거꾸로 겨우 7개월이라는 주석을 달고 싶다. 당장 이달도 정기국회라고는 하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을 둘러싼 여야 강대 강 대치는 쉬이 풀릴 것 같지 않다. 교착상태가 지속된 상태로 긴 추석을 쇠고 나면 바로 국정감사에 돌입하고, 국정감사가 끝나면 2024년 예산안 정국이다.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은 12월 2일이지만 필자가 아는 한 이 날짜가 지켜진 적은 거의 없다. 여야 대치로 법안처리는 뒷전인 현 상황을 감안하면 올해도 법정시한 준수는 물 건너갔다. 후하게 잡아 연말쯤 겨우겨우 예산안 정국을 끝내고 어수선한 연말연시를 넘기면 바로 총선정국이다. 내년 총선 시기는 윤석열 정부 임기 중간점을 돌기 직전이다. 정권 중간고사나 다름 없는 만큼 여야의원들은 전국 주요 격전 예상지로 흩어져 벼락치기에 여념이 없을 것이다. 그래도 3개월여의 여유가 있지 않느냐 하겠지만 홀수월에는 국회가 열리지 않는다. 물리적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기간은 총선이 있는 4월을 빼고 내년 2월 임시국회뿐이다. 그 한 번의 기회에 여야가 지난해 5월 이후 쌓여온 갈등을 털어내고 1만건이 훌쩍 넘는 계류법안들을 이견 없이 일괄처리할 수 있을지? 즉, 현재의 법안처리 성적이 7개월 후의 성적이다. 식물국회를 넘어선 국회는 도대체 어떤 수식어를 달아야 하나. 새삼스러운 얘기지만 국회의원은 꿈의 보직이다. 당선되기까지 들 노고와 자본은 차지하고서라도 일단 당선되면 연수당으로 1억5000여만원이 지급된다. 여기에 정책 및 입법활동비 명목으로 받는 플러스 알파를 감안하면 2억원 정도는 우습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