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제동 걸리는 탄소중립…유럽부터 '속도 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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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제동 걸리는 탄소중립…유럽부터 '속도 조절'
  • 박규빈 기자
  • 승인 2023.10.11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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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 우-러·이-팔 전쟁에 고공행진
스웨덴, 물가 앙등에 유류세 인하 나서
영국·프랑스, 원자력 전기 발전 비중 제고
탄소 중립을 표방한 서방 국가들이 줄줄이 정책 수정에 나서고 있다. 일러스트=연합뉴스
탄소 중립을 표방한 서방 국가들이 줄줄이 정책 수정에 나서고 있다. 일러스트=연합뉴스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전쟁이 길어지고 중동에서의 새로운 전쟁이 터짐에 따라 국제 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시황에 세계 각국은 앞서 발표한 탄소중립 정책 추진을 미루는 등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11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미 서부 텍사스산 원유 가격은 배럴당 86.06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지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발발하기 전인 지난 6일 82달러선 대비 약 4달러가 높은 수준이다. 이후에는 계속 86달러선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양국 사이의 전쟁은 1년 9개월째 이어지는 등 장기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국제 정세 탓에 일각에서는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연료비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친환경 정책을 표방했던 서방 국가들은 줄줄이 선회하는 분위기다. 2017년 세계 최초로 탄소중립을 선언해 2045년까지 달성하겠다던 스웨덴 정부는 지난달 20일 의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을 통해 기후 변화 대응과 친환경 정책 관련 내년 예산 중 2억5900만크로나(한화 약 319억원)를 삭감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휘발유나 경유와 같은 기존 화석 연료 사용에 대한 유류세를 깎아주는 내용도 담겨있다.
외신들은 스웨덴 정부가 탄소중립 정책을 펴다 서민 물가 앙등으로 국민 생활이 어려워진 점을 인식했다고 분석했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입법한 영국 역시 휘발유와 경유를 연료로 쓰는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시기를 기존 2030년에서 5년 미룬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중고 내연기관차 거래는 2035년 이후에도 가능하도록 방침을 내놨다.

리시 수낙 영국 총리는 "이전 정부가 대중의 지지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너무 이른 시점에 내연기관차 판매를 설정했다"며 정책 실패를 자인했다.
 
또한 프랑스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자력 발전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인정한 만큼 원자로 건설 재개에도 나섰다. 원자력은 화석 연료나 재생 에너지 대비 발전 비용 단가가 낮고, 이산화탄호를 만들어내지 않는 등 기후 변화 대응 측면이 크다.

영국 정부는 자국 내 전력 생산 구조에서 원전의 비중을 15%에서 25%로 제고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8기를 늘려 총 17기를 보유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독일 정부는 지난 4월 원자력 발전을 멈춤으로써 탈원전 정책의 종지부를 찍었다. 원자력 발전이 친환경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속 가능성 확보도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정작 전기를 옆나라에서 빌려오고 있는 실정이어서 반대 입장도 상당하다. 이와 관련, 가정용 전기요금은 2020년 기준 평균 ㎾h당 389.2원으로 프랑스 219.5원 대비 77% 이상 비싼 것으로 집계되는 등 탈원전 정책이 국민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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