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치 웃도는 물가...고금리 ·고유가도 발목
성장동력 제조업 불황 속 수출 회복도 지연
중동사태 악재까지...'L자형' 경기침체 눈앞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하반기부터 경제가 되살아날 거라고 기대했던 정부의 예측이 빗나가는 모양새다. 글로벌 경기에 좀처럼 훈풍이 불지 않고 있는데다, 미국은 경기 침체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중국도 경기 회복 흐름이 더뎌지고 있다.
무엇보다 좀처럼 잡히지 않는 '물가'가 불안요소다. 국제유가 급등에 생산자물가는 3개월 연속 상승했다.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물가에 상승 탄력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1.67(2015년 100기준)으로 전월대비 0.4% 올랐다. 유가 오름세에 석유제품과 화학제품이 상승하면서다. 두바이유는 8월 말 배럴 당 80달러에서 9월 말 90달러 대로 올랐다.
생산자물가의 전월대비 상승률은 올해 1월 0.4%에서 2월 0.2%, 3월 0.1%로 오름세를 보이다가 4월 -0.1%로 하락 전환한 후 5월(-0.4%)과 6월(-0.2%)에도 내리막을 보이다 7월부터 반등한 바 있다.
유성욱 한은 경제통계국 물가통계팀장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분쟁 직후 올랐다가 현재는 등락 중"이라면서 "(10월 생산자물가)는 향후 추이를 봐야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경제의 근간으로 불리는 제조업의 불황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11월 제조업 업황 전망 지수는 전달보다 두 자릿수 하락하면서 7개월 만에 기준치를 밑돌았다.
이날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6∼13일 212개 업종 전문가 154명을 대상으로 전문가 서베이지수(PSI)를 조사한 결과, 11월 제조업 업황 전망 PSI가 97로 전달(109)보다 12포인트 떨어졌다. 제조업 업황 전망 지수는 지난 4월 이후 7개월 만에 기준치인 100을 하회했다. PSI는 100(전월 대비 변화 없음)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수록 전월보다 업황이 개선됐다는 의견이 많다는 것을, 0에 근접할수록 업황이 악화했다는 의견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현재 수출도 하반기에 기대됐던 대중 수출과 반도체 수출이 침체를 지속하면서 경제 성장 동력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8월 전년동월대비 수출 증가율은 -8.4%로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면서 수출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더욱이 8월 수출 물량과 수출 단가가 동시에 감소하는 전형적 불황 국면을 보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최대 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은 8월 -19.9%로 작년 5월 이후 15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내수 부문도 취약하긴 마찬가지다. 7월 소매판매 전월비 증가율은 -3.2%로 2020년 7월(-4.6%) 이후 3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침체를 기록했다.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9.7로 전월대비 3.4포인트(p) 하락하며 4개월 만에 100을 하회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수출 경기의 조기 회복이 어려울 경우 L자형(상저하저) 경기흐름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출 침체가 장기화되고 소비가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올해 하반기에도 확실한 경기 저점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물가안정과 재정건전성 확보의 중장기 거시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되, 경기 침체를 방어하기 위한 미시적 대응도 병행돼야 한다"며 수출의 성장 견인력 급락을 보완할 수 있는 소비의 경기 안전판 기능을 확보해야 하며, 기업 투자의 활성화를 적극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