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소현 기자 | 주거 불안 속에서 공공임대 주택의 인기가 치솟고 있으나, 오히려 관련 정부 예산은 축소되는 모양새다.
고금리 기조 지속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고 전셋값도 오르는 만큼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청약홈에 따르면 최근 공급한 서울강남5단지 10년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은 불과 10가구 모집에 6359명의 신청자가 몰렸다. 지난 9월 진행된 LH청년매입입대 주택의 경우 190가구 모집에 2만9000명이 몰렸다. 각각 635대 1157대 1이라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내 집 마련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이른바 '닭장아파트'라는 부정적 인식을 깨고 공공임대를 찾는 청년층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1년 넘게 공공임대 청약에 도전했다는 A씨(94년생)는 "집에서 받을 수 있는 지원이 없고 직장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 임대 주택을 붙어야 한 시름 놓을 것"이라면서 "자격이 되는 것은 다 넣고 있지만 아직까지 당첨된 곳이 없다"고 호소했다.
전셋값과 대출금리가 상향 곡선을 그리며 서민과 청년층의 주거 부담이 가파르게 늘고 있는데, 소형 주택에선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까지 발생한 상황이다. 공공임대주택을 더 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전세사기를 보면서 느낀 것은 정부가 공공임대 공급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그간 공공임대보다는 민간분양에 초점을 맞춰 부동산정책을 추진해 왔다.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내놔라공공임대에 따르면 내년 융자형 장기공공임대 예산은 2022년 6조원으로 축소됐다. 장기공공임대 예산은 연 평균 30%씩 증가해 2022년 9조1000억원으로 증액됐으나, 이번 정부 들어 매해 약 15%씩 감소했다.
기존 진행 중인 공공임대 사업도 추진이 늦어지는 상황이다. 올해 7월 기준 미승인된 건설형 공공임대는 전체의 93%였다. 그 전까지는 연간 한자릿수에 머물던 것이 2022년 85%로 급증했다. 반면 분양주택과 민간임대지원 예산은 2023년 3조2000억원, 2024년 4조3000억원으로 연평균 40.4% 증액됐다.
내놔라공공임대 측은 "정부의 직접 지원 형태인 출자 예산을 줄이면 저소득층에게 배분되는 물량이 사실상 감소할 것"이라며 "반토막난 건설형 공공임대주택 공급량을 원상태로 되돌려 놓고 이에 맞게 예산을 늘려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