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사들 "건전성 빨간불"..."사업성 없는 곳 정리"
금융당국, 현장점검 압박...충당금 부담도 더 커져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지난해 9년 만에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저축은행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규모 부실이 예상되며 올해 손실 규모가 전년 대비 더 불어날 거로 전망되서다. 일각에서는 국제결제은행(BIS) 자본비율 권고수치에 미달하는 중소형 저축은행이 속출해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저축은행 업계는 비우호적인 업황이 지속됐다. 고금리로 인한 조달비용 상승 영향으로 적자 전환했고 부실자산 증가로 인한 대손충당금 적립, 연체율 증가 등이 이어졌다.
올해도 경기 둔화가 이어지고 금리인하 시점 지연 리스크가 커지며 비우호적인 업황은 좀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업성이 낮은 PF 사업장 재구조화 유도가 본격화되면 금융권의 선제적 충당금 적립과 손실흡수능력 확충 주문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기준 금융권 PF대출 잔액은 총 135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저축은행은 약 9조6000억원 가량을 차지해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총자산 중 PF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9월 7.1%에서 2023년 12월 7.6%로 지속 상승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저축은행의 경우 브릿지론과 후순위 투자 비중이 높고 자기자본 대비 브릿지론 비중이 과중한 점이 부담 요인"이라며 "시공사 신용도가 낮은 소규모 사업장 위주로 구성돼 익스포저의 질이 상대적으로 나쁜편"이라고 진단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저축은행 업권 전체의 부동산PF 익스포저 예상손실 규모가 약 2조6000억원~4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추가 적립해야 할 충당금 규모는 적게는 1조에서 많게는 3조3000억원까지 예상했다.
업계에서는 현재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저축은행이 이미 적립한 PF대손충당금 만으로 부동산PF에서 발생하는 부실을 모두 처리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 이에 일부 저축은행의 경우 앞으로도 부동산PF로 인한 적자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지난해 563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 최악의 경우 적자 규모는 2조2000억원까지 늘어난다는 전망이 나온다.
BIS자본비율도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저축은행의 BIS자본비율이 2023년말 14.4%에서 올해 말 기준 12.3%~14.4% 수준으로 하락한다고 전망했다.
김한울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손실흡수여력이 미흡한 일부 저축은행의 경우 경상이익 창출을 감안한 이후에도 대부분 시나리오에서 금융당국의 권고수준인 11%에 미달하는 BIS자본비율을 시현할 것으로 전망돼 추가적인 자기자본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시점에서 관건은 부실한 부동산PF 사업장을 조속히 정리함과 동시에 경상이익을 안정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지 여부"라며 "현재 진행 중인 경·공매 관련 표준규정 개정이 완료되는 경우 부동산PF 익스포저 예상손실은 점차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저축은행 입장에서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충당금 부담으로 매물로 나온 저축은행의 매각 성사 여부도 관건이다. 시장 매물로 거론되는 상상인저축은행, 애큐온저축은행, OSB저축은행 등도 여전히 새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박준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축은행의 영업환경 악화는 이미 예고된 것이기 때문에 예상 못한 리스크는 아니다"라며 "현재 상황이 유지되면 79곳 중 영업이 어려운 곳이 분명 나올 것으로 예상되나 당국도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시장의 큰 혼란없이 수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연체율 관리 현장점검을 나서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저축은행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자 부실채권 매각 등 연체율 관리 압박에 들어갔다.
우선, 금감원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연체율 관리계획이 미진한 일부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연체율 관리 현장 점검을 실시한다. 상위 10개 저축은행은 신용등급 강등으로 자본 조달에 애를 먹을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비상시 자본조달 계획 등을 담은 자본확충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평사의 예측처럼 최악이 상황이 오진 않을 것"이라며 "현재 대부분의 저축은행이 BIS비율을 잘 유지하고 있다. 실제 BIS비율 하락 상황이 오더라도 선제적인 자본확충을 요구하는 등 모니터링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