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한국개발연구원 '6월 경제동향'
반도체 등 IT 품목 중심으로 증가세
부채상환 부담↑…7개월째 내수 둔화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우리 경제에 대해 작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수출 회복세에 경기가 다소 개선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소비 부진 등이 내수 회복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KDI는 11일 '6월 경제동향'에서 "높은 수출 증가세에 따라 경기가 다소 개선되고 있다"면서도 "내수는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기 부진이 완화되는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진단에 그친 지난달에 비해 직접적으로 '내수 부진' 언급을 추가했다.
경제동향에 따르면 4월 전산업생산(0.1%→3.1%)은 대부분 산업에서 전월 부진이 완화하면서 증가폭이 확대됐다.
제조업의 경우 내수출하(-7.9%→0.9%)가 낮은 증가세에 그쳤지만, 반도체·자동차를 중심으로 수출출하(1.2%→7.9%)의 전월 대비 증가폭이 크게 확대됐다.
5월 수출은 1년 전보다 11.7% 증가했고, 전월(13.8%)에 이어 양호한 흐름을 이어갔다. 특히 지난달 반도체 등 IT 품목 수출이 전월 43.4%에 이어 40.3%로 높은 오름세를 보였다.
국가별로는 일평균 기준으로 대미 수출(21.6%→12.9%)이 호조를 이어갔고, 중국(7.5%→5.1%)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다. 반도체 수출은 113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54.5% 늘었다.
반대로 수입(5.4%→-2.0%)은 주요 에너지자원 증가폭(15.8%→3.8%)이 축소된 가운데, 내수 부진 영향에 따른 소비재 수입액 위축으로 감소 전환했다.
높은 수출 증가세가 경기 부진을 완화하고 있지만, 내수는 고금리에 따른 소비 여력 약화로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상품소비와 밀접한 소매판매액(-3.4%→-2.6%)은 감소세를 지속했고, 계절조정 전월대비로도 1.2% 내리며 부진했다.
서비스소비와 밀접한 숙박·음식점업(-2.4%), 교육서비스업(-1.1%) 생산이 감소세를 보였다. 5월 소비자심리지수(98.4%)도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설비투자도 기계류 중심의 부진한 흐름을 지속했다. 4월 설비투자(-4.5%→-2.3%)는 전월에 이어 감소세를 이어갔고, 기계류 수입 감소세도 유지되는 등 선행지표도 부진했다. 5월 기계류 수입액(-7.3%→-17.5%)은 운송장비(0.0%→-26.1%)를 중심으로 급감했으며, 반도체제조용장비(-36.0%→-27.9%)도 3월 이후 부진을 이어갔다.
건설투자도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4월 건설기성(건설업체의 국내 공사 현장별 시공 실적)은 전월 대비 0.8%의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주택인허가(2만8000호)는 최근 3년 평균(4만1000호)의 69% 수준에 머물렀고, 건설수주는 계절조정 기준 14조1000억원으로 최근 1년 평균인 13조9000억원을 소폭 웃도는 데 그쳤다.
고금리를 지탱시킨 고물가 현상은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소비가 줄며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이 낮아진 데다 공급측 압력도 완화돼서다. 5월 소비자물가는 상품(3.8%→3.2%)의 가격 상승세가 크게 둔화되며 전월(2.9%)보다 낮은 2.7% 상승률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2.8%에서 2~3월(3.1%) 3%대로 올랐다가 4월부터 두 달 연속 2%대를 기록했다.
다만 고금리 장기화로 가계·개인사업자 부채 상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개인사업자 연체율(3개월 이동평균, 0.55%→0.57%), 가계대출 연체율(0.38%→0.39%) 모두 장기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에서 상승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KDI는 고금리를 내수 부진의 주 요인으로 지목했다. KDI는 지난달 현안분석 보고서를 통해서도 "2%대 물가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고금리 기조가) 내수 확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긴축 기조의 점진적 조정을 고려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내수 회복세를 위해 정책 금리의 인하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