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승승장구하던 C커머스…한풀 꺾인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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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승승장구하던 C커머스…한풀 꺾인 까닭은
  • 민경식 기자
  • 승인 2024.06.20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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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지난해 이어 올해에도 국내 유통업계의 최대 화두는 고물가다. 고물가 현상이 고착화되면서 가라앉은 소비 심리가 쉽사리 고개를 들지 못하면서다. 플렉스 문화를 향유하고 명품 소비의 큰손으로 떠올랐던 젊은세대는 짠테크에 관심을 보이는 형국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8.4로 전월 대비 2.3포인트(p) 내려갔다. CCSI는 지난 1~4월 내내 100선대를 상회했다가, 지난달 들어 100 밑으로 떨어졌다. 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장기평균(2003∼2023년)과 비교해 소비 심리가 부정적인 것으로 해석한다.
이같은 소비심리 위축에 원부자재 상승 부담, 출혈경쟁 등 시장 불확실성이 더해지자 대부분 유통업체들은 몸집 줄이기에 집중하고 있다. 외형성장 대신 인력 감원, 비효율 사업 축소, 사옥 이전 등을 통해 수익성을 챙기고 내실을 다진다는 전략이다. 이와 달리, 고물가 흐름 속 가파른 성장 기틀을 세운 해외 유통업체의 저력이 눈길을 끈다. 이른바 알·테·쉬로 불리는 알리익스프레스(알리), 테무, 쉬인 등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 플랫폼)는 저렴한 제품을 박리다매로 쏟아내 지갑 사정이 악화된 국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쇼핑 대안처로 부상했다.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향후 한국 유통 시장을 집어삼키는 게 아니냐는 분석과 우려도 지속 나왔다. 하지만, C커머스의 파죽지세가 둔화 조짐을 보인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와 테무의 한국 활성 이용자(MAU) 수는 830만명과 797만명으로 전달 대비 3.4%, 3.3% 각각 줄었다. 앞서 지난달 4월에도 알리와 테무 이용자 수 또한 전달 보다 각각 3.2%, 0.7% 감소했다. BC카드가 C커머스의 지난달 결제 데이터를 살펴본 결과, 올해 3월 대비 매출액이 40.2%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거침없는 질주를 달리던 C커머스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린 데에는 국내 유통업체의 초저가 맞불 마케팅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소비자 신뢰도 하락이 주효했다. 짝퉁, 유해물질 검출 논란 등 논란이 불거지면서 C커머스 이용이 주춤해진 것이다. 단순 호기심에 직구 상품을 장만했다가 품질에 께름칙한 반응을 보이는 이용자들도 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1년 사이 알·테·쉬 이용 경험이 있는 소비자 800명을 대상으로 ‘중국 온라인 쇼핑플랫폼 이용 현황 및 인식’을 파악한 결과, 응답자의 80.9%가 이용 불만이 있거나 피해를 받았다고 답했다. 해외직구 쇼핑 대중화의 불쏘시개로 그치지 않기 위해선 C커머스의 자정 노력이 중요한 시점이다. 소비자 신뢰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정책을 전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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