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자체 중심 지원책 나오고 있지만 국가 차원 대책은 전무
전문가, 국가 차원 조사 및 각 생애 주기에 맞는 지원 절실 지적
전문가, 국가 차원 조사 및 각 생애 주기에 맞는 지원 절실 지적
매일일보 = 김수현 기자 | # A씨의 여자친구 B씨는 지난 4월 18일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경계선 지능인인 C양 등을 만나 "아르바이트 자리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A와 B는 이날부터 지난달 5일까지 본인들이 운영하는 유흥업소에 C양을 데리고 있으면서 "말을 듣지 않으면 외국에 팔아버리겠다"라고 협박해 성폭행하거나 성매매 등을 시킨 혐의로 현재 구속 송치된 상태다.
# 지난 2019년 10대 중고등학생 16명이 경계선 지능인인 ㄱ군을 수개월간 폭행하고 금품을 갈취한 것이 적발됐다. 이들은 ㄱ군의 아버지 휴대전화에 송금앱을 설치하게 시킨 뒤 15차례에 걸쳐 2200만원이 넘는 돈을 뜯어냈다. 돈을 주지 않을 경우 학교 인근 공터에 ㄱ군을 불러 집단적으로 폭행을 일삼았다.
경계선 지능인들은 일반인에 비해 상황 판단력이 떨어져 사기·납치·성매매 등 각종 범죄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14년 세간을 떠들석하게 했던 ‘신안 염전노예 사건’의 피해자 역시 경계선 지능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계선 지능의 경우 지속적인 교육과 돌봄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뇌기능이 떨어져 지능이 점점 하락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들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들은 경계선 지능인 관련 조례를 제정하는 등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국가적 차원의 대책은 미비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20년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지원’에 대한 조례를 제정하고, 지난해 전국 최초로 경계선 지능인에게 평생교육 지원센터를 개관하는 등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 역시 지난 2022년 ‘경계선 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평생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계획 중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경계선지능인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됐지만 회기가 지나면서 입법에 실패했다. 당시 법안을 대표 발의한 허영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해당 법안의 수정안을 준비 중이다.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지원을 위해 이번 국회에는 반드시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라 전했다. 이처럼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싹트고 있지만, 아직 이들에 대한 이해는 제도권에 충분히 스며들지 못한 상황이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