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신유형 장기민간임대주택 방안… 실효성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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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신유형 장기민간임대주택 방안… 실효성은 의문
  • 김승현 기자
  • 승인 2024.08.28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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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비슷한 ‘뉴스테이’ 사업 실패
투자사 참여 여부 불투명하고 성급한 측면 있어
정부의 신유형 장기민간임대주택방안에 대한 실효성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28일 서울 용산구 민간임대주택을 시찰 중인 박상우 국토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제공
박상우 국토부 장관(맨 왼쪽)이 28일 서울 용산구 민간임대주택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 김승현 기자  |  정부가 공급 활성화 및 서민 거주안정을 목적으로 리츠 등 법인이 대규모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발표하자 과거 실패사례도 있는 만큼 실효성 여부는 의문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국토부는 28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서민·중산층과 미래세대 주거안정을 위한 새로운 임대주택 공급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안에는 법인과 리츠 등 민간사업자가 100가구 이상 대규모 임대주택을 20년 이상 임대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리츠나 기업을 내세운 임대주택 공급 방안은 이번에 처음 마련된 게 아니다.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는 중산층에게 분양 아파트와 같은 품질의 임대주택을 리츠 방식으로 공급하는 ‘뉴스테이’이 사업을 추진했으나 약 3년 만에 폐지됐다. 당시 정부는 2년마다 쫓겨날 위기에 놓인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보장하고자 최대 8년의 의무임대기간을 뒀다. 동시에 사업자 불만을 잠재우고자 이번처럼 의무임대기간과 임대료 상승제한(연 5%)을 제외한 모든 규제는 풀도록 했다. 임대주택을 담보로 사업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 뒤 초기 임대료가 주변 시세보다 낮아야 하는 제한도 없앴다. 그러자 고가 임대료 논란이 제기됐다. 민간 건설사에 저리 대출이나 기금 출자 및 융자 등 각종 지원은 제공하면서도 임대료 규제를 두지 않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실제 당시 서울 용산구 뉴스테이 주택 한 곳은 전용면적 84㎡가 보증금 7000만원과 월세 186만원이 책정돼 논란이 일었다. 문재인 정부는 뉴스테이 명칭을 ‘공공지원 민간임대’로 바꾼 뒤 임대료 규제를 되돌렸다. 초기임대료를 시세 대비 90~95%로 제한하는 규정을 되살린 뒤 임대의무기간은 8년에서 10년으로 늘렸다. 이에 일반분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을 포기하면서 임대주택을 공급할 이유가 사라진 건설사들의 관심은 빠르게 식었고 사실상 실패한 정책으로 남게 됐다. 실제 공공지원 민간임대리츠 출자승인실적은 지난 2019년 34개에서 2020년 15개, 20201년에는 10개, 2020년에는 8개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애초부터 주택을 소유의 개념으로 인식하는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임대주택으로 시장을 활성화한다는 발상은 실현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김형범 대한주택건설협회 정책관리본부장은 “기본적으로 임대주택 사업은 업계가 선호하는 형태라고 보기 어렵다”며 “기업형 장기임대주택이 시장 원리에 따라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더 파격적인 규제 완화나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사업발굴부터 토지매입과 설계 및 시공 등을 일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투자사 및 민간업체가 거의 없는 데다, 겸업방지 규제도 여전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장기민간임대 공급모델은 주택임대차보호법 2+2 및 임대료 상승률 5% 상한을 준수해야 한다”며 “사업자 관점에서 운영하기 다소 애매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 설계와 시공 등을 겸업하는 것도 국내에서는 금지된 상황”이라며 “제도적인 개선도 함께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책 형평성을 위해 다주택자 규제 완화도 함께 논의됐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정부가 부동산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려고 서두르는 것 같다”며 “민간이 아파트를 공급하고 다주택자가 비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도록 시장 순리에 맡기되 공공은 제 역할을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도 “임대시장의 모든 주택을 공공임대로 대체할 수 없고 법인사업자의 임대주택만으로 대체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결국 개인이나 법인의 임대주택이 함께 있는 게 자연스러운 모습이며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완화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버스테이를 제외하면 대부분 국회 동의가 필요한 부분이어서 실제 실행될지도 의문이다. 이번 정부가 기업이 집주인인 20년 장기임대주택 도입을 발표했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해선 야당이 다수인 국회에서 해당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도 180도 바뀌는데 이번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지 의문”이라며 “만약 통과되더라도 다음 정권에서 또 바뀔 수 있어 20년을 바라보고 나설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처시랩장은 “이번 정책은 리츠가 주택 시장에서 활성화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며 “다만 그간 집값 변동과 같은 시장 상황에 따라 장기민간임대주택 관련 정책 변화가 많았기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 일관성을 갖고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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