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정악화 불보듯…국채 발행 늘고, 금리 급등 전망
자산시장 조정 불가피...'킹달러' 등 통화가치도 휘청
자산시장 조정 불가피...'킹달러' 등 통화가치도 휘청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초박빙인 미국 대통령선거 투표가 시작된 가운데 글로벌 금융시장의 긴장감도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모두 재정 건전 정책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고 각종 시혜성 정책을 내놓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누가 대통령이 되든 미국 국채 발행이 늘고 금리가 뛰는 흐름속에 주식시장 등에서 자금이 빠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대선 결과가 악화일로인 우크라이나·중동 전쟁까지 자극한다면 글로벌 금융시장에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4일(현지시간) 기준 채권시장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메릴린치옵션변동성추정치(MOVE)지수는 최근 한 달간 31.06% 급등했다. 올해 3월 말까지만 해도 85 안팎이던 MOVE지수는 대선을 앞두고 지난달 말 연고점인 135.18까지 치솟았다. MOVE지수는 미국 국채 옵션 가격을 기초로 국채 가격의 변동성을 산정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MOVE지수가 치솟으면 다른 자산시장이 흔들린 적이 많다”며 “급등한 MOVE지수는 채권시장의 불안감과 시장의 긴장감이 커졌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S&P500지수의 옵션 가격으로 산출하는 VIX지수 역시 금융위기, 전쟁, 재해 등으로 시장이 불확실해졌을 때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이날 기준 VIX지수는 21.88로 최근 한 달간 7%가량 상승했다. 지난주엔 글로벌 증시 투매가 발생한 8월 초 이후 최고치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런 배경엔 대선에서 어떤 후보가 승리하더라도 미국 국채 금리가 더 오를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지난 1일 오후 5시 기준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연 4.386%로 7월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트레이더들은 대선 직후 연 4.5%까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통상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국채 금리도 따라서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Fed는 9월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단행했고, 이달에도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미국 재정적자가 증가해 결국 국채 발행이 확대되고, 국채 금리 인상과 주식시장 위축이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야데니리서치 설립자인 에드워드 야데니 경제학자는 “어떤 후보가 돼도 재정적자는 늘고 결국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 이를 감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영리 재정 연구 단체 CRFB는 향후 10년 동안 늘어날 재정적자 규모를 해리스 부통령이 승리했을 때 3조5000억달러,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겼을 땐 7조5000억달러로 추산했다. 폴라캐피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채권 금리 오름세가 더 오랜 기간 이어질 수 있다”며 “막대한 지출로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연 5%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2016년 트럼트 전 대통령이 깜짝 당선된 후에도 달러화 가치는 두 달 새 6.5%가량 큰 폭으로 뛰었다. 이번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내년 1분기까지 강달러 압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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