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장사 유상증자 규모 4조5807억원, 작년 9조4799억원 대비 반토막
케이뱅크·토스 등 국내 증시 IPO 실패 사례 다수…외국인들도 순매수 추세
케이뱅크·토스 등 국내 증시 IPO 실패 사례 다수…외국인들도 순매수 추세
매일일보 = 서효문 기자 | 그동안 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의 대명사였던 우리나라 유가증권시장이 예년 같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상증자 규모 하락, 기업공개(IPO) 줄철회 등 찬바함리 부는 상황이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가 공시한 유상증자 규모는 4조5807억원이었다. 올해 전체로는 작년(9조4799억원) 대비 반토막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발 재정위기로 증시가 흔들린 2012년(3조2234억원) 후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 보인다. 증시 침체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이날 상승세로 반등했지만 코스닥·코스피는 올해 들어세계 주요 증시 중 하락률 1,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밸류업 공시, 배당 확대 등 주주 환원 요구가 커진 점도 기업이 주식시장에 손을 벌리는 데 부담으로 작용했다. 주식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IPO를 포기하는 기업이 늘었다. 최근 한 달 동안 케이뱅크, 동방메디컬, 미트박스글로벌, 씨케이솔루션 등 네 곳이 상장을 철회했다. 야놀자,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 조 단위 몸값을 자랑하는 비상장사가 잇달아 미국 나스닥시장 상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특히 케이뱅크와 토스의 국내 증시 IPO 포기는 이런 증시의 어려움을 잘 드러낸다. 지난달 18일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한 케이뱅크의 경우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만족할 만한 성적표를 받지 못한 것이 상장 철회의 결정적 이유로 꼽힌다. 케이뱅크가 시장과의 눈높이가 달랐던 면도 있지만 증시 침체도 IPO 재수를 포기하게 만든 요소다. 토스 역시 미국 시장 상장을 추진한다. 국내 증시 시장에서는 핀테크 기업이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나스닥 상장 추진으로 변경한 이유가 국내 증시가 토스의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기에는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보다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자금 조달 창구로서 역할이 흔들리고 주주 환원 강화 분위기가 팽배해지자 상장폐지가 늘어나고 있다. 쌍용C&E, 락앤락 등 9개 상장사가 올해 공개매수를 통한 상장폐지에 나섰다. 이미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다. 한 상장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언론을 통해 “지분 매각과 신주 발행이 여의찮다 보니 채권과 은행 대출 형태로 자금 조달에 나설 계획인데 부채비율 상승과 신용도 훼손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의 힘이 떨어지자 외인들도 떠나는 추세다. 지난 15일 기준 외국인이 보유한 코스피 주식 시가총액은 637조4877억원으로 전체 코스피 시가총액(1973조5130억원)의 32.30%를 차지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