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식 숭실대 겸임교수
복리효과를 아는 사람은 많아도 제대로 써먹는 사람은 적다. 복리효과를 누리려면 길게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 이익을 가파르게 늘려준다. 장기투자 자체가 단점일 수 있지만, 보상은 확실하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복리효과를 인류가 만든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라고까지 얘기했다. 세계적인 투자가인 워런 버핏을 그린 전기 가운데 '복리효과(스노우볼)'가 있다. 책을 보면 수익률 0.5% 포인트 차이를 비중 있게 다룬다. 원금 1억원을 수익률 10%짜리와 10.5%짜리 상품에 1년씩 투자하면 원리금 차이가 50만원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20년 동안 투자했을 때에는 원리금 차이가 6400만원(원금 대비 64%)으로 불어난다. 우리가 장기상품에 투자할 때 수익률 0.1% 포인트 차이도 깐깐하게 따져야 하는 이유다. 반대로 단기상품은 그렇지 않다. 대표적인 단기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를 보면 수익률 격차도 0.2% 포인트 넘게 벌어지지 않는다. 한 달 동안 1억원을 0.2% 포인트 더 주는 상품에 투자해도 1만7000원가량 더 벌 뿐이다. 문제는 단기자금으로도 더 많은 수익을 좇는 데 있다. 결국 저신용 상품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 1만7000원 더 벌려고 1억원을 더 큰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이다. 단기자금일수록 안전한 곳에 넣어야 한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상식이다. 위기나 기회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하는 단기투자는 투자라기보다 보관으로 여겨야 한다. 하지만 단기 금융시장에서도 수익률 차이를 좇아 뭉칫돈을 옮기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국공채보다 훨씬 신용도가 낮은 자산을 편입하는 MMF가 주목을 받고 있고, 단기 전자단기채펀드 시장도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다시 금융사끼리 경쟁하게 만들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높은 수익률을 제시해야 고객 자금이 들어온다. 심지어 안전자산임을 강조하던 MMF와 단기채펀드에 중국 기업이나 카타르 은행 유동화증권이 대거 편입됐다. 우리 금융권에 풀린 카타르 은행 관련 유동화증권만 10조원어치를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우려했던 문제가 일어났다. 한 중국 기업 유동화증권이 디폴트 위기에 빠지는 바람에 국내 단기채펀드 운용사와 증권사까지 난처해졌다. 심각한 부실이 우려되면서 잘나가던 MMF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됐다. 몇몇 MMF는 펀드런(대규모 환매)을 못 견딘 채 환매를 연기하거나 중지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도 뛰었다. 단기 금융시장이 심각한 혼란에 빠진 것이다. 내년이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어떻게 벌여 나갈지 미리 알 수는 없다. 금리나 환율이 어떻게 움직일지도 마찬가지다. 또다시 어떤 금융사가 유동화증권 때문에 위기를 맞을지 아무도 모른다. 마치 나비효과처럼 번진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비난하기도 어렵다. 결국 교훈은 단기자금을 맡길 때에는 안전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많은 수익을 좇는 일은 장기투자에 맡겨야 한다. 국공채 MMF나 우량 단기채펀드는 언제 날아들지 모를 나비효과를 효과적으로 막아줄 수 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