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푼이라도 더 오르기 전에"…사재기 열풍
[매일일보 권희진 기자] “금값인데다 또 오른다니 이 참에 큰 맘 먹고 남편 졸라 왔어요. 벼르고 있던 샤넬백 오늘은 꼭 사야죠.”“해외에서 사온 것부터, 국내에서 한 달 넘게 기다리며 어렵게 구입한 가방들까지... 제법 샤넬 백을 모았다고 자부하지만 여성들에게 샤넬은 있어도 또 갖고 싶은 브랜드 아닌가요.”
지난 1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 백화점의 샤넬 매장은 오전부터 상품을 사기 위해 몰려든 고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생애 첫 샤넬 백을 구입했다는 주부부터, 딸에게 샤넬 백을 선물해주려고 왔다는 50대 부부, 가방·구두·액세서리까지 다양하게 소장하고 있는 샤넬 마니아까지 소비층도 다양했다.같은 시각 이름만 대면 알만한 고가 수입 명품 브랜드 매장들은 지나치게 한산해 이곳과 사뭇 대조를 이뤘다.오후 3시 명동에 위치한 또 다른 백화점의 샤넬 매장 역시 진풍경을 연출하긴 마찬가지. 내국인부터 삼삼오오 모인 중국 관광객들까지 입장을 하기 위한 긴 줄이 빼곡히 이어졌다.“고객님, 클래식 캐비어 은장으로 미디움 사이즈는 현재 우리 매장에서는 품절됐습니다. 미니 사이즈는 모든 지점 모두 품절로, 기다려도 어렵습니다.”재고가 없다는 직원의 말에 아쉬움을 토로하며 발길을 돌리는 고객부터, 다른 샤넬 매장에 일일이 재고 문의를 하며 열성을 보이는 고객들도 어렵지 않게 발견했다.
한 샤넬 매장 직원은 “오는 4일부터 가격이 오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고객문의가 평소 대비 2배 이상은 늘었다”며 “재고 소진도 빠른 편이라 일부 제품에 한해선 이미 품귀현상이 나돌고 있어 아쉬움을 뒤로 하고 돌아가는 고객들도 상당 수”라고 말했다.샤넬은 오는 4일부터 일부 제품 품목의 가격을 최대 15% 올리기로 했다. 지갑과 액세서리도 5~10% 가격을 인상한다.보이샤넬백 라지 사이즈는 634만원에서 740만원으로, 타임리스CC 소프트백은 461만원에서 490만원, 그랜드쇼핑백은 359만원에서 390만원으로 각각 오른다. 클래식백과 서프백도 30만원 정도 인상된다.이는 지난해 10월 서프백 가격을 17%, 11월 액세서리류 가격을 20% 올린 데 이어 7~8개월 만에 다시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이번 가격 인상은 지난 1월부터 수입신고·출고 가격이 200만원을 넘는 명품 가방이 사치성 품목으로 분류돼 개별소비세법이 적용된 영향이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있다. 샤넬의 경우 평균 500만원이 넘는 가방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샤넬은 고가 명품 브랜드 가운데서도 희소성이 높고 호화 이미지가 워낙 강하다 보니 한 푼이라도 더 오르기 전에 사두는 것이 이득이라는 심리가 깔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일각에서는 가뜩이나 콧대 높은 샤넬이 개별소비제로 인해 과소비를 부추기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있다. 당초 과소비를 억제하는 것이 개별소비세의 근본 취지인데 반해, 오히려 명품 가방에 대한 수요가 대폭 늘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까닭이다.명품업계 관계자는 “불황이 계속되다 보니 일부 수입 명품 브랜드들조차 가격 인하 행사에 들어가는 등 콧대를 낮추고 있는 분위기지만, 샤넬은 늘 예외였다”며 “오히려 가격이 치솟을수록 더 잘 팔리는 브랜드임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귀뜸했다.
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