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래가 상환제도’ + ‘약가 거품’ = 재미난 돈 놓고 돈 먹기
[매일일보=이진영 기자] <매일일보>은 지난호에서 보도한 ‘리베이트 그 끊을 수 없는 마약 1탄’에서 "제약회사가 있는 한, 절대 리베이트는 사라지지 않는다. 리베이트가 없어지면 우린 굶어 죽는다"는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제약회사가 처한 상황을 자세히 다뤘다. 또한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은 제약회사의 영업운영 방식과 ‘실거래가 상환제도’를 알고 나면 리베이트가 없어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입을 모았다.
특히, 리베이트를 부추기는 ‘실거래가 상환제도’를 실시한건 정부인데, 불법 리베이트가 난무한다고 비판하며 적발하기에 급급한 것도 정부라는 게 그들의 하소연이었다.
이에 대해 한 병원 관계자도 “리베이트는 이제 의사의 양심과 비양심 만으로 처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의약계 발전을 위해 실시한 여러 가지 정책들에 대해서 정부가 다시 한 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 의약업계 종사자들이 수차례 강조하는 “리베이트는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는 그 말은 과연 사실일까.
약 제조원가, 약값의 6%? “제약회사는 절대 안 망해!”
복제약도 오리지널 약값 70~80% 보장…신약개발할 이유 없어
그럼 신약 개발이 대안? 더 강한 리베이트 부르는 ‘신약의 역설’
의료계 돈 놓고 돈 먹기와 약가 거품
리베이트를 근절 할 수 없는 두 번째 이유는 국내제약회사 약들의 가격 거품이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한 영업사원은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제약회사는 절대 망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시중에 판매되는 약값이 1000원이라면 원가는 60원밖에 안되기 때문에 그렇게 많이 남는 마진 모두가 의사들을 위한 리베이트로 들어가거나 영업사원에게 주는 인센티브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즉, 처음부터 약 가격을 측정할 때부터 의사들에게 리베이트 주는 것까지 포함한다는 뜻이었다. 이에 대해 연세대 의대 의료법윤리학과 박형욱 교수는 여러 언론과 강연을 통해 “약가 거품 형성의 배경에는 정부에서 만든 제도의 허점들을 이용한 카피약에 있다”고 밝혀왔다. 박형욱 교수에 따르면 국내 약가 체계는 신약(오리지널)의 가격을 기준으로, 최초부터 5번째까지 복제된 약의 가격은 신약 가격의 80%, 6번째 이후부터 복제한 약의 가격은 기존 복제약 최저 가격의 90%까지 받을 수 있도록 보장되는 ‘계단식 약가’구조를 가지고 있다.이렇게 결정된 약값은 실거래가 상환제도와 결합되면서 가격이 절대 떨어지지 않는 특성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의사들끼리 약 구매 경쟁이 있어야 약값도 인하되면서 거품이 빠지지만 싼 약 구매에 아무런 이득을 보지 못하는 의사들은 약을 싸게 구입할 이유가 없고 약을 비싸게 팔려는 의약회사들 또한 싸게 팔 생각 없기 때문에 높은 약값은 떨어질 줄 모른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제약회사들은 의사들이 약을 사기도 전에 리베이트를 미리 줘서라도 약 팔기에 치중하는 것이고, 영업사원 또한 엄청난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실적 올리기에 급급하여 리베이트를 주는데 거리낌이 없어지는 것이다. 약을 팔면 어마어마한 돈을 버는 제약회사, 약을 팔면 엄청난 인센티브를 받는 영업사원, 약을 써주기만 하면 공돈이 들어오는 의사 이렇게 셋은 서로 공존하면서 돕는 ‘공생’(?) 관계에 놓여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서 의료계 관계자는 “서로 이익이 되니까 불법이라도 즐기자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주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 이익인데 누가 상대방을 공격하겠느냐”고 반문하며 공공연한 리베이트가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했다.신약개발이 대안일까?
의료계 리베이트 관행을 2년 이상 지켜봐온 제약사 영업사원 J모씨는 "누가 더 많이 리베이트를 주느냐에 대한 승부수로는 절대 경쟁력이 없고, 발전도 없다. 신약 개발에 투자해서 그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며 제약회사의 잘못된 점을 꼬집었다. 하지만 J씨도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을 인정하며 아쉬운 마음을 밝혔다. 외국에서는 신약 개발에 있어서 투자가 활성화 되어 있고, 자본이 크기 때문에 어려움이 없지만 우리 나라는 신약개발만 하더라도 몇 십년이 소비되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현실에서이다. 이러한 이유로 제약회사들은 신약개발은 은근슬쩍 미루고, 외국 신약을 고스란히 복제하는 것에 길들여져 있다는 것이 J씨의 설명이다. 외국에서 개발한 약품(신약, 오리지널약)을 똑같이 제조한 복제약(제네릭)들이 넘쳐나고 있어 똑같은 성분에 똑같은 효과를 보는 약들을 보유한 제약회사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10년~20년이나 걸리는 신약개발에 비용을 투자하기보다는 복제약을 통해 수입을 끌어올리는 마케팅을 펼치는 게 제약회사는 더 이득이라는 것이다. 약의 효능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지만 똑같은 성분과 효능을 가진 복제약이 넘쳐나는 현실에서 그건 불가능하다. 회사별로 제품의 차별성도 없는 약을 놓고 경쟁했을 때, 웃돈을 더 얹어주는 방식이 통하다 보니 이제는 관행이 되어버린 것이다. 너도 나도 나서서 신약개발에 치중하면 리베이트가 해결되느냐는 질문에 J씨는 “신약 개발 마케팅이 더 큰 문제점을 야기시킨다”고 답했다. 그는 "신약 개발에 성공하고 나면 또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이 신약이 여러 사람에게 얼마만큼의 효과가 있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등을 살펴보기 위해선 여러 병원에서 써봐야 알게 된다. 그렇지만 의사들은 신약에 대해서 의구심을 갖기 마련이고, 부작용을 비롯해 확증이 없는 약을 쓰는 것을 매우 꺼려한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영업 사원들이 나서서 1000만원어치 약을 써주면 1000만원을 모두 주겠다는 <100% 리베이트>를 제시한다는 것. 신약 개발자체가 리베이트를 단절시키기 보단 더 큰 파격적인 리베이트를 불러오는 것이 우리나라의 의약업계의 현실이었다.정부의 강력처벌 쇼…제약회사들과 의사들 ‘그저 비웃지요’
교묘히 법망 피해가는 신규 리베이트 수법 탄생만 야기해
강력처벌 뒤에는 지능화 된 리베이트 활개
정부가 리베이트를 확실히 단절시켜 버리겠다고 선언한 이번 강력처벌이 의료계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19일 만난 H치과 병원장은 “리베이트 강력처벌은 또 하나의 새로운 리베이트를 탄생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교묘히 법망을 피해가기 위해 만들어진 이 신형(?) 리베이트는 점차 지능화 되가고 있으며 지금 제약 회사간에 조금씩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3000만원치 약을 주문하면 5000만원어치 약을 더 주어 2000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다. 이는 ‘1+1 같은 행사’와 같이 물건 하나를 구입하면 서비스로 하나를 더 주는 방식으로, 리베이트 단속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H 원장의 설명이다. 사실 이 방법은 이전부터 의료계에서 파다하게 퍼진 것이었지만 최근 강력 처벌을 피하기 위해 새롭게 탄생될 리베이트 방법은 더욱 더 지능화 될 것이라고 H 원장은 말했다. 그는 “3000만원어치 약을 구입하면 제약회사에선 5000만원 어치 양의 약을 주는 것은 예전과 같으나, 나머지 2000만원 어치의 약을 의사가 제약회사 측에 돈으로 환불해 달라고 요구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며, “환불을 요구하면 2000만원은 현금으로 받을 수 있으니 그게 바로 리베이트가 되는 것이다. 합법적으로 환불해 준 것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정부가 강력하게 처벌한다 하더라도 리베이트는 음성적으로 생명력을 이어나갈 것”이라며, “의사 상대로 리베이트를 막는다 하더라도 리베이트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리베이트 대상이 의사에서 약사로 대상만 바뀌는 상황만 연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리베이트가 난무하는 현상 자체만을 비판하기 보다는 병원에서 편법을 쓰는 명확한 이유를 알고, 근본적인 원인부터 고쳐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나름 많이 분석한 느낌이 드네여....그렇지만 가령 같은약을 쓰는데 A회사는 직원이 자주 찾아뵙고 인사드리러(물질은 없는상태)오고, B회사는 한번도 온적이 없다면 이진영기자분은 일단 어느 약을 쓰겠습니까?? 물론 의사는 약을 써보고 환자분들이 효과가 별로라면 절대 그약을 쓰는일은 없습니다.리베이트인사와 상관없이 효과가 떨어지는 약을 쓰는일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