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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정홍원 국무총리가 유임됐다. 세월호 사건 이후 지난 4월 27일 사의를 표명한지 60일만이다. 정 총리는 유임이 결정된 뒤 “국가 개조에 앞장서서 저의 마지막 모든 힘을 다하겠다”며 “필요할 경우 대통령께 진언하면서 국가적 과제를 완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정 총리 유임은 안대희·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도 서보지 못하고 낙마한데 따른 박근혜 대통령의 고육지책이다. 세월호라는 미증유(重未有) 사건으로 인해 우리 사회는 깊은 우울의 늪에 빠져 있다. 세월호 사건으로 우리 사회의 총체적 난맥상이 맨살을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특히 정부의 무능력한 대처와 이 사건 배후에 숨겨져 있던 온갖 비리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국민들의 허탈감은 극에 달했다.박근혜 대통령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공직 사회 적폐를 해소하기 위한 ‘국가 개조’를 선언했다. 그 방편 중 하나로 해양경찰청을 없애는 등의 정부조직을 개편하겠다는 극약처방도 내렸다.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의 방식대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는 점에 대한 국민적 동의가 있었기에 이러한 내용의 파격성은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그러나 이것이 박 대통령만의 어젠다가 아니었느냐에 대한 의구심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대통령이 눈물까지 흘리며 밝혔던 국가 개조가 어떠한 논의 과정을 거쳐 나왔는지는 제대로 알려진 바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여당과 의견 조율을 했는지 조차도 국민은 알지 못한다. 국가 개조는 대통령 말 한마디에 이루지는 게 아니다. 박 대통령이 추진코자 하는 국가 개조를 위해선 정부조직법 등 관련법이 개정돼야 한다. 이는 국회에서 여야간 합의를 통해 이뤄질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의 뜻이라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 될 일이 아닌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5일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를 청와대에서 만났다.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회동한 것은 작년 12월 이후 근 7개월만이다.세월호 사건이 발생한지도 2달 반이 지나고 있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야당은 고사하고 여당하고도 국가 개조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이러니 여당과의 소통도 이렇듯 어려운데 야당과의 대화는 기대난망이라는 냉소가 만연하고 있는 것이다.정치란 끊임없는 의견 조율 과정이다. 서로 다른 의해관계 속에서 타협점을 찾는 행위이다. 이를 위해선 대화가 필수적이다. 소통하지 않고 내 뜻을 일방적으로 관철시킬 때 갈등은 극대화된다. 특히 국가 개조는 특정 정권이 일방적으로 추진해 나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정 총리는 유임된 뒤 국가 개조를 위해 대통령에게 진언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니 지금 당장 국가 개조를 위해 야당과 대화에 나서라고 진언해야 한다. 대화 단절이 길어질수록 갈등과 불신은 깊어진다. 대통령의 일방적 국가 개조는 새로운 갈등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국회의 세월호 특위가 여야간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표류하고 있는 것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야당의 협조 없이 국가 개조는 어렵다. 설혹 한다하더라도 임기가 끝나면 새로운 정권에 의해 희석될 가능성이 높다.신뢰가 사라지면 갈등이 일상화 된다. 이는 국가적 비극이다. 박 대통령은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원인을 곱씹어봐야 한다. 공감을 주고받지 않은 나만의 진정성은 결코 감동을 줄 수 없다. 임기의 4분의 1을 이미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