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경영 지배구조 개선 허울뿐 오너 경영 여전
‘형제의 난’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두산그룹이 SK의 사외이사제도를 넘어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혁신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라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SK는 지난 3월 그룹의 투명 경영을 위해 사외이사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 운영해 오고 있다. 재계에서는 SK의 사외이사제도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 상태. 하지만 일각에서는 실제 최태원 SK 회장이 그룹 경영에 여전히 나서고 있고, SK그룹의 일부 계열사에서는 아직 사외이사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 한 관계자는 “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이후 SK가 사회이사제를 강화했지만 아직 평가를 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SK(주)의 경우 최태원 회장이 이사가 아닌 재벌 오너로써 더 큰 영향력을 발휘 하고 있어 사회이사제도가 제대로 뿌리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최 회장이 여전히 과거의 황제경영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으로도 볼 수 있다. 두산그룹이 사회이사제도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나선 데는 두산가 오너 형제의 비리로 얼룩진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개선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으로 보여진다. 형제의 난으로 촉발된 두산 사태로 인해 비리기업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두산그룹이 투명 경영,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모색하면서 SK의 사외이사 제도보다 더 효과적인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는 SK의 사외이사제에 대한 불신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는 대목이다. 졸지에 비교대상이 된 SK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두산 SK보다 더 강력한 사회이사제 추진
지난 2003년 분식회계, 비자금 조성 등으로 도덕성에 큰 치명타를 입은 최태원 SK 회장은 그룹의 지배 구조 개선을 위해 사외이사 강화라는 대책을 내놓았다. 사실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사건 등이 터질 때만도 SK의 사외이사제도는 유명무실했다.결국 그룹 경영 위기에 몰린 최 회장은 그동안 명패만 달고 있던 사외이사들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을 비롯해 그룹 내 사외이사 비율을 확대, 투명 경영을 선포했다. 지난 9월에는 비사장사의 사외이사 비율을 50%까지 높이는 등 이사회 중심으로 투명 경영 강화에 나서 주목받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SK그룹의 사외이사제도에 회의적인 반응이 여전하다. 두산그룹 역시 SK 사외이사제도를 ‘성공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최 회장 여전히 이사회 군림(?)
두산그룹은 투명 경영을 위한 SK그룹의 사외이사제도가 성공적이지만은 않는 이유로 최 회장의 실질적인 그룹 경영을 지적했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도입한 사외이사 제도 등은 최 회장이 경영에 일선에 나서 사실상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두산 관계자는 이와 관련 "SK의 사외이사 제도는 두산이 연구해야할 하나의 사례이다"면서 "SK의 사외이사제도를 평가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SK그룹 내 일부 다른 계열사에 소속된 사외이사들의 낮은 이사회 참석률도 여전히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SK(주) 사외이사들이 1백%의 참석율을 보이고 있는데 비해 일부 계열사의 경우 사외이사의 참석률이 떨어지는 등 여전히 제도 안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지난 9월 SK그룹 7개 상장사가 금융감독원에 보고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SK케미칼의 올 상반기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은 42.8%에 불과했다. SKC도 올 상반기 중 8번의 이사회를 개최했으나 이중 사외이사 전원이 참석한 회의는 4번에 불과해 참석률은 75%에 그쳤다. 한편 지난 3월 20일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2004년 중 이뤄진 삼성전자를 비롯한 시가총액상위 10개사의 사외이사 의결 활동을 분석한 결과 357개 안건에 대한 2천536건(사외이사의 의결참여 건수)의 의결 중 반대는 5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반대율 0.002%로 안건에 찬성한 사외이사들만 있었을 뿐 반대한 사외이사는 사실상 거의 없었다는 의미이다. 이에 따라 사외이사가 오너 또는 경영자의 구미에 맞는 인사들로 구성되다보니 경영진을 견제해 투명성과 지배구조를 개선한다는 당초 취지는 간데없이 '거수기'로 전락해 불필요한 비용만 드는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