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궁지에 몰린 SKT, ‘댓글 알바’ 진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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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궁지에 몰린 SKT, ‘댓글 알바’ 진위 논란
  • 윤희은 기자
  • 승인 2009.12.11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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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윤희은 기자] SK텔레콤(이하 SKT)의 현재 상황은 말 그대로 ‘진퇴양난’이다. 공들여 제작한 고성능 스마트폰인 ‘옴니아2’가 KT의 ‘아이폰’에 밀릴 것이 예상되자 ‘보조금 할인’이라는 초강수를 띄웠지만 이것마저 문제가 됐다.

보조금 할인에 앞서 구매했던 2만여명의 가입자들로부터 물밀듯이 항의가 들어온 것. SKT는 시장 경제 논리를 내세워 논란을 진압하려 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 와중에 또 다른 논란이 불거졌다. 이른바 ‘댓글 알바’ 논란. 한 아웃소싱 업체가 구인광고 사이트에 올린 단기 아르바이트 모집공고가 시발점이 됐다. 소비자들은 SKT가 허황된 댓글을 통해 소비자를 교란시키려 한다며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 과연 ‘댓글 알바’는 실존하는 것일까? <매일일보>이 집중 취재해봤다.

‘댓글 통한 정보 전달… 결국 댓글 알바?’

12월 초순 경, 한 구인광고 사이트에 <SK텔레콤 단기 아르바이트 공고>가 게재됐다. 이 공고를 살펴보면 업무내용에 ‘주요 스마트폰 카페 및 블로그를 대상으로 옴니아2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대상으로 댓글들을 통한 정보 전달 및 신규 업데이트 등’이라고 기재돼 있다.

네티즌들은 앞서 논란이 되었던 ‘옴니아2 보조금 인하 정책’과 관련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SKT가 ‘댓글 알바’를 통해 이를 해결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후 이 공고가 각종 언론에서 기사화되며 ‘핫이슈’로 떠오르자 해당 아웃소싱업체는 아르바이트 공고를 삭제해버렸다.

SKT “댓글 알바 모집했다는 것은 오해”

SKT의 한 관계자는 본지 기자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문제가 된 공고문은 아웃소싱 업체가 잘못 이해한 것’이라 일축했다. SKT는 “이번 아르바이트는 옴니아2 익스플로러의 오페라 소프트웨어에 대한 버그를 테스트하는 요원 모집이었다”고 설명하고 “물론 버그 테스팅만 하는 것은 아니며, 모니터링을 포함해 각종 잡무를 담당한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잡무를 담당하는지에 대해 묻자 SKT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잡무형 단기 아르바이트는 통상적으로 어느 기업에나 있다”고 덧붙였다.

SKT는 다섯 군데의 아웃소싱 업체에 해당 모집공고를 게재하도록 주문했으며, 그중 한 군데에서 잘못된 공고가 올라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기자는 해당 아웃소싱 업체에 연락을 취했지만 업체는 “이미 끝난 일이고,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함구했다.

네티즌 “댓글 알바 원래부터 존재했다”

30만 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한 스마트폰 전문 사이트의 회원들은 몇몇 기업체들이 ‘댓글 알바’를 쓴다는 것에 대해 확신하는 분위기였다. 한 회원은 “가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회원이 특정 업체에 대한 옹호성 게시물이나 댓글을 유독 많이 작성한다면 ‘알바’일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번 SKT의 ‘댓글 알바’ 논란에 대해서도 회원들은 “원래부터 있던 아르바이트 모집이 뒤늦게 수면 위로 떠오른 것 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해당 사이트의 운영진은 “순수한 의도로 댓글을 다는 회원들에게조차 ‘알바’라는 잣대를 들이대며 공격하는 경우도 많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한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인터넷의 위력이 강력해짐에 따라 조작된 여론을 만들어내는 데 댓글이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며 “객관적인 정보를 가려내는 것은 각자의 몫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댓글 알바’는 기업체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특정 정당이나 정권을 옹호하는데 쓰이기도 하며, 새로 개봉한 영화나 신인 연예인을 홍보하는데 쓰이기도 한다. 이렇게 인터넷 상에서 범람하는 ‘댓글 알바’를 색출하기 위해 지난 2006년에는 <그래요, 사실 저는 알바였어요>라는 캠페인이 진행되기도 했다.

이 캠페인은 네티즌의 자발적인 성금을 모은 뒤, ‘댓글 알바’가 양심선언을 했을 때 그 성금을 제공하는 시스템이었다. 이 캠페인은 많은 네티즌과 언론의 관심을 많으며 약 1년 동안 진행됐고 성금도 46만2457원이나 모았다. 그러나 양심선언은 끝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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