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가모 등 주요 매장서 퇴출...중고명품점 매입·위탁 꺼리기도
[매일일보 권희진 기자] 서울 대방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씨는 몇 년 전 구매한 구찌 가방을 처분하려고 중고명품숍을 찾았다가 허탕만 치고 돌아왔다.사용감과 연식이 오래돼 매입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구찌의 명성도 예전만 못해 고객들 선호도가 크게 줄어 매입 및 위탁을 꺼리는 분위기였다.
이 씨는 “몇 년 전 구입할 때와 지금 구찌의 명성이 크게 떨어진 것 같아 씁쓸하다”면서도 “자신 조차 구찌, 페레가모 등 로고백 보다는 희소가치가 큰 명품 브랜드에 더 눈길이 가는 것을 보면 업체의 입장도 이해도 된다”고 말했다.17일 업계에 따르면 구찌·페레가모·에뜨로 등 높은 콧대를 자랑하던 1세대 명품들이 국내에서 찬밥신세로 전락하고 있다.로고백에 대한 로망이 지고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희소성을 가진 발렌시아가 등 2세대 럭셔리 브랜드가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으며 1세대 명품이 시장에서 점차 외면 받고 있는 탓이다.여기에 최근에는 온라인을 통한 해외직구와 아웃렛 등 다양한 유통경로를 통해 기존 백화점 가격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오프라인 실적도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실제 페라가모코리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07억751만원으로 지난해 대비 44.3% 하락해 2년 연속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다.
펜디코리아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17억5000만원에서 5억8000만원으로 66.8%나 급감했고, 버버리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38.8%, 34.9%나 줄었고 구찌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283억원으로 전년 대비 8.7% 감소했다.이렇다보니 몇몇 브랜드는 주요 백화점에서 아예 철수하는 등 자취를 감췄다.멀버리는 롯데면세점 온라인 사이트와 오프라인 매장에서 퇴점했고, 신세계 센텀시티점에서도 올해 초 빠찌게 됐다.2011년 10월 온라인과 소공동 본점, 김포점에 입점한 독일 명품 여행가방 브랜드 리모와도 지난달 롯데면세점에서 철수했다.페레가모도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서관에서는 더 이상 ‘페라가모’를 볼 수 없게 됐다. 지난 3월 명품관을 재단장하는 과정에서 페라가모 매장이 퇴출됐기 때문이다.발리도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자진철수한지 1년만에 재론칭하면서 매장수를 13곳에서 2곳으로 줄였다.명품 불패 신화를 이어온 1세대 명품들의 굴욕현상에 대해 일각에서는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중산층이 지갑을 닫은 데다 개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새로운 럭셔리 브랜드를 찾는 소비심리에 있다고 진단한다. 여기에 해외 수입 브랜드들이 다양하게 소개되고 해외 직접구매가 활성화돼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유통업계 관계자는 “철에 따라 유행이 변하듯 선호하는 명품의 종류도 시대를 타고 있다”며 “로고만 집착하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희소성을 따지는 럭셔리 디자이너 브랜드에 지갑을 여는 소비층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