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보상법안은 `사안별 처리'
대통령 권한대행인 고 건(高 建) 국무총리는 오는 23일 국무회의에서 심의할 사면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 국회에 재의를 요구키로 잠정 결론내린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고 대행은 그러나 재의 요구시 과거 정권에서 대통령이 사면권을 남용한 사례가 적지 않았음을 지적, 어떠한 경우에도 사면권 남용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적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고 대행은 22일 법무장관과 법제처장, 국무조정실장 등 관계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어 이같은 원칙을 확정짓고 23일 국무회의에서 최종 결론을 내릴 방침이라고 정부 고위당국자가 21일 전했다. 고 대행이 이처럼 거부권 행사 방침을 굳힌 것은 헌법상 보장된 대통령의 고유권한에 대해 국회가 제한을 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크고,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할 때 국회의 의견을 구하도록 한 이 사면법안을 그대로 공포할 경우 앞으로 특사 대상과 범위 등을 놓고 여야간 흥정과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부처님 오신날(5월26일)을 기해 김대중(金大中) 전대통령 측근인 임동원(林東源) 전 국정원장 등 대북 송금사건 관련자 6명에 대해 특별사면을 단행할 방침이었고, 야당이 이에 극력 반대해 왔음을 감안하면 고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4.15 총선을 앞두고 여야간 논란이 증폭될 전망이다. 이와함께 고 대행은 23일 국무회의에서 사면법과 함께 처리할 예정인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법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법 ▲거창사건 등 관련자 명예회복 특별조치법의 경우 `패키지 처리'가 아닌 `사안별 처리'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민주화 운동으로 인한 유죄판결, 해직, 학사징계자 가운데 30일 이상 구금됐던 경우 새로 위로금 성격의 생활지원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법'의 경우 2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엄청난 재정부담을 감안해 재의를 요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거창사건 사망자와 상이자에 대한 명예회복을 넘어 보상금 및 생활정도에 따른 생활지원금 제공을 골자로 한 `거창사건 등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법'의 경우 "전시에 발생한 사건에 대해 국가예산을 지원하면 한도 끝도 없게 되고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는 논리로 거부권을 행사키로 입장을 정리했다. 그러나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 신청기간을 지난 2000년 2월29일에서 2004년 5월31일까지로 연장, 행방불명자 가운데 희생자로 인정받지 못한 경우에 대한 보상범위 확대 가능성을 열어준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법'은 재정부담이 30억원에 조금 못미치는 것으로 조사돼 국무회의에서 의결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4개 법안은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한데 이어 12일 정부로 이송됐기 때문에 고 대행은 15일 이내, 즉 이달 26일까지 법안을 공포하거나,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해 재의를 요구해야 한다. 국회는 재의요구가 있을 경우 재의에 붙이고,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면 그 법률안은 법률로서 확정되고, 대통령(권한대행)은 지체없이 공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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