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행위 시정 요구에도 한결같이 무대응 일관
녹소연, ‘SKT 시장 질 저하, 소비자 피해 증갗
국내 최대 통신업체 SK텔레콤(이하 SKT)이 시민단체로부터 무선인터넷 요금 관련 대규모 소송에 직면했다.무선 인터넷 요금 체계에 대한 소비자들의 소송이 제기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녹색소비자연대(녹소연)와 휴대전화 커뮤니티인 세티즌, 스카이 사용자들의 모임인 스사모 등은 다른 통신사업자에게 무선인터넷 망을 제대로 개방하지 않거나 차별적인 요금을 징수하고 있는 SKT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녹소연 등은 이통 3사 중 유독 SKT만이 자사 사이트인 ‘네이트’ 이용자와 경쟁 포털 사용자에게 각각 다른 데이터통화료를 받아 부당이익을 챙겼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은 그동안 계속해서 SKT에 부당한 요금 징수 및 불공정 행위에 대한 항의를 해 왔지만, SKT는 한결같이 무대응으로 일관해왔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이제 법의 힘을 빌려서라도 공정한 경쟁 질서를 어지럽히는 SKT의 행위를 뿌리 뽑고 소비자의 권리를 되찾고자 하는 것이다.
“공정한 경쟁 환경을 통해 부가 서비스의 요금과 질이 개선돼야 소비자 선택이 넓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CP업체(무선인터넷 콘텐츠 제공 업체)들이 SKT의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죠”
녹소연의 김진희 국장은 SKT의 부가서비스 관련 불공정 행위로 인해 관련 시장의 질이 점점 낮아지고, 그 피해는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떠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녹소연은 지난 10월부터 이동통신사의 부가서비스 관련 소비자 피해사례를 조사해 왔다.
그 중 민원이 가장 많이 제기된 것이 무선인터넷 요금 과다 징수, 무료가입 유도 후 유료로 전환시키는 서비스, 이외에 무선인터넷 망과 관련한 불공정 행위 등에 관한 것이었다.
특히 SKT는 부가 서비스와 관련해 가장 많은 차별적 운영을 해왔고, 그런 만큼 소비자들의 항의가 계속됐다.
때문에 녹소연을 비롯한 시민단체, 소비자들은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문제라 판단하고 이번 소송을 준비하게 된 것이다.
김진희 국장은 “현재 법리적 검토는 끝났고, 커뮤니티를 통해 막바지 증거수집 단계에 와 있다” 며 "이번 주 중에 소송인단 모집을 하고,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초에는 SKT를 공정거래위원회와 법원에 각각 제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이와 관련해 손해배상, 위자료청구, 형사처벌까지 생각하고 있다” 며 “문제는 증거자료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 고 덧붙였다.
이번에 녹소연을 비롯한 소비자 커뮤니티가 준비하고 있는 소송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는데, 일차적으로는 SKT의 무선인터넷 과다요금 징수에 관한 것이다.
이들에 따르면 이통 3사 중 유독 SKT만이 자사 포털사이트(네이트) 이용자에게는 데이터통화료를 패킷(1패킷=0.5KB)당 텍스트 6.5원, 소용량 멀티미디어(MP3 등) 2.5원, 대용량 멀티미디어(주문형비디오 등) 1.43원으로 따로 적용한 것과 달리 경쟁사에게는 똑같이 6.5원을 받아 부당이익을 챙겼다.
또 SKT가 이통사와 달리 자사 고객이 무선 인터넷포털에서 벨소리 등을 내려받을 때는 별도의 동의절차를 두지 않는 반면 KTF와 LG텔레콤 고객에게는 수신 동의 시스템을 거치도록 요구하는 등 차별을 둔 것에 대해서도 소송을 벌일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SKT가 가입자들의 동의도 얻지 않고 무선인터넷에 무단 가입시킨 행위에 대한 소송도 순차적으로 벌여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SKT의 무선인터넷 가입자 수는 10월 말 현재 1천879만 여명(점유율 50.9%)에 이른다.
한편 통신위원회는 이미 지난달 말 이통 3사에 무선인터넷망과 관련한 불공정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특히 위법성이 심한 SKT에 대해선 과징금 15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SKT는 이후 통신위에 이행계획서를 제출했으며, 최근 경쟁사 고객에게 별도의 동의절차를 요구한 것과 비싼 텍스트형 요금을 부과하던 것에 대해서 시정 조치했다.
이에 대해 김진희 국장은 “통신위의 시정조치 명령은 사업자와 사업자 간 불공정행위에 대한 지적이었기 때문에 소비자 피해는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다” 며 “ 때문에 이번에는 시민단체가 중심이 돼 소비자 권리를 찾으려는 것이다” 고 설명했다.
김진희 국장은 “SKT는 지난 2001년 신세기 통신을 합병하면서 인가조건에 명시했던 무선인터넷 망 개방을 의무조항을 이행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4년이 되도록 제대로 시행하지 않고 있다” 고 강하게 비난하며 “이로 인해 무선인터넷을 비롯한 부가서비스 시장의 불공정 행위가 고착화되고, 요금인하, 서비스 개선 등이 이루어지지 않아 소비자들의 반발이 컸다” 고 말했다.
또 “SKT는 기간역무사업자임과 동시에 자체 포털(네이트)를 갖고 부가서비스를 하면서 동등한 경쟁 환경을 만들지 않았다” 며 “결국 CP업체들은 더 좋은 콘텐츠 개발보다는 SKT의 눈치를 보기에만 급급했다” 고 설명했다.
지난 몇 년간 무선인터넷 시장은 양적, 질적 성장을 계속해왔다.
이에 따라 업계는 무선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는 부가서비스 시장 역시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서비스의 질적, 양적 개선이 크게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시장은 점점 침체되고 있다.
더욱이 내년부터 와이브로(휴대인터넷)가 상용화되면 무선인터넷 시장은 점점 더 치열한 경쟁 환경에 놓이게 될 것이다.
이에 녹소연 및 시민단체들은 “무선인터넷 시장을 침체시킨 뒷 배경에 SKT의 불공정 행위가 한 몫을 해왔다” 고 주장하며 “ 계속해서 다각화되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SKT로 인해 형성된 이런 불공정한 경쟁 환경을 하루라도 빨리 타개해야 한다” 고 목소리를 높인다.
권민경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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