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1만5천원! 인천 3만원!

새벽 1시 지하철이 끊기고 영등포에서 나오는 도중 어렴풋이 들리는 말! ‘어디서 물건을 파나?’ 생각하고 밖으로 나와 보니 다름 아닌 택시들이 줄지어 서있다.

얼핏 보아도 10여대 이상은 되는 것 같았다. 택시기사 들은 차를 줄지어 세워놓고 선착순인지 아니면 가는 방향에 의한 것인지 나름대로 체계(?)가 되어 잡혀 있는 듯 보였다.

강남역이요! 하니까 한명의 택시 기사가 ‘이봐여 여기 강남입니다’라고 한다.

그러더니 한 택시기사가 금액을 말하더니 차안에 있으라고 한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강남 방향으로 가는 손님을 더 태워야 한단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아저씨 탑승은 불법 아닌가요?” 라고 하니 그럼 타지 말라고 오히려 화를 낸다.

기가 막혔지만 날씨도 춥고 피곤하기도 해서 일단 가시죠! 라고 말하고는 택시 안에 탔다.

택시 안에는 어떤 남자가 술에 취했는지 졸고 있었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이젠 가는 건가?’ 라며 혼잣말로 주절주절 됐다.

언제부터 기다리셨나요? 라고 물어보니 10분 정도 됐다고 했다.

이후 약 15분 정도 더 지나고 나서 한 아저씨가 탑승하고 바로 택시 운전사가 왔다.

막 출발하는 찰나에 ‘미터기는 안 키나요?, 그리고 이렇게 많이 타면 가격 좀 할인해 줘야 되는거 아닌가요?’ 라며 따졌더니 오히려 화를 내더니 내리라고 말한다.

너무 기가 막혀서 아저씨 탑승거부 불법인거 모르세요? 라고 물었더니 ‘법에 대해 아는 것도 없는 양반이 무슨 말이 많냐’는 식으로 욕설을 내 뱉었다.

결국에는 기자는 내리고 택시는 출발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과연 어떻게 가는지 끝까지 지켜보자는 마음으로 비슷한 류의 다른 택시를 탔다. 역시 미터기는 켜있지 않았다.

소요시간이 얼핏 20분정도 소요될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도착한 시간은 불과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과속은 기본이고 다소 막히는 구간이었지만 이리저리 끼어들기를 하는데 옆 차를 아슬아슬하게 비껴가며 곡예운전의 달인(?)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이른바 총알택시로 불리는 이들은 도심 이곳저곳을 누비며 무법질주를 하고 있지만 과속 등으로 무인카메라 단속에는 걸리지 않는다.

바로 GPS때문이다. GPS는 무인카메라가 어디 있는지 단속 지역이 어디인지를 친절(?)하게 다 알려준다.

이 때문에 중간중간 속도만 줄 일뿐 이 외에는 아우토반으로 달린다.

택시조합에 전화를 걸어 GPS에 대해 물었더니 오히려 “과속으로 달리지만 GPS덕에 그나마 몇 번은 속도를 줄일 수 있어 승객에게는 안전하다”는 어이없는 말만 내뱉는다.

승객안전은 뒷전

서울시는 고객 서비스 개선을 위해 지난 6월 1일 택시요금을 1천600원에서 1천900원으로 인상한 바 있다.

하지만 택시를 직접 타본 기자로서는 무엇이 개선됐으며 승객을 위한 편안함이 무엇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굳이 있다면 목숨을 담보로 삼은 신속함이었다.

이렇듯 현재 택시들의 불법 탑승, 탑승거부, 과속 등 거리의 무법지대로 변하고 있다.

무엇보다 승객의 안전은 뒤로 한 채 오로지 돈에만 열중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을 안고 택시조합에 전화를 걸었다. 최근 서비스 명목으로 택시비 인상이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현재 택시 서비스가 개선된 것이 무엇인가를 물었다.

전국택시노조산업 한 관계자는 “택시 요금 인상 이후 신용카드결제가 가능해지고 이같은 불법 택시가 거의 없다”면서 “특히 범죄 경력을 가지고 있는 자는 앞으로 택시 운전을 할 수 없게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택시를 자주 이용하는 서울 모 지역의 김모(38 남)씨는 지금까지 택시를 이용하면서 신용카드로 결제 된 택시는 한 번도 못 봤다“며 ”차량 내 신용카드기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카드로 요금을 청구하려고 하면 고장 났다는 말만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새벽에 택시를 이용하려고 하면 승차거부, 난폭운전 등 이같은 불법행위는 쉽게 볼 수 있어 과연 택시비 인상으로 인해 무엇이 개선 됐는지를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대부분 대리운전자, 일반 택시기사들 피해

이같은 불법행위를 일삼는 택시는 대부분 대리운전자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 운수물류과 오세광 주임은 “택시운전사들은 개인택시 대리운전을 할 수 있는 차량와 일반 법인차량이 있는데 불법 행위를 일삼는 차량은 대부분 대리운전 차량이다”며 “이로 인해 사실상 일반택시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이를 개선하기 위해 도, 시 내에서 불시 단속을 통해 강력하게 조치할 예정이다”라며 “무엇보다 이러한 행위들이 근절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신고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앞으로는 불시 단속에 적발되면 과징금 20만원이며 특히 같은 행위를 5번 적발되면 택시면허 취소까지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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