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회사들은 지난해에도 외형은 계속 늘어났으나 3년 만에 당기손실을 기록하는 등 수익성 지표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의 적정성과 여신의 건전성도 나빠져 국내 금융산업이 내실 없이 외형 위주의 성장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의 2003년도 금융산업 경영 실적 분석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등 전체 금융회사의 총자산 규모는 1천65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5.7%(89조7천억원)가 늘어난 것으로 2002년의 12.2%에는 못미치지만 증가세는 지속됐다. 금융회사들은 그러나 지난해에 7조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면서 3년 만에 적자로 반전됐다. 금융회사들은 지난 2000년에 16조2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이후 2001년 11조원, 2002년 11조1천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는 등 2년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 왔다. 지난해에는 은행(1조9천억원), 보험(1조6천억원), 증권.투신(200억원)이 흑자를 올린 반면 비은행(10조5천억원 적자)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총자산을 수익 창출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용했는 지를 보여주는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이익률(ROA)은 지난해 -0.56%에 그쳐 2002년보다 1.48% 포인트가 떨어졌다. 이에 따라 금융산업의 총자산이익률은 지난 2000년 -1.59%에서 2001년에 1.06%로 상승한 후 2002년 0.92%에 이어 2년 연속 감소했다. 또다른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지난 2000년 -28.89%에서 2001년 17.16%로 호전된 후 2002년 12.78%에 이어 지난해 -8.62%로 더욱 악화됐다. 작년 말 현재 금융회사 전체의 위험가중자산은 1천95조원으로 1년 전보다 4.9%(50조7천억원)가 늘어난 반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은 118조4천억원으로 0.3%(3천억원)가 감소해 자본의 적정성도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 채권(고정 이하 여신)은 작년 말 현재 33조9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11.5%(3조5천억원)가 증가했고 부실 채권 비율도 0.2% 포인트가 오른 3.6%에 달해 여신 건전성 역시 악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은행권의 경우 부실 채권 18조6천억원 가운데 이자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무수익 여신이 14조원으로 전년 말보다 14.8%(1조8천억원)가 늘어났다. 그러나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은 작년 말 현재 98.6%로 3.1% 포인트가 상승해 여신 손실에 대한 부담 능력은 향상됐다. 금감원은 작년에 경기 회복 지연과 가계 대출 연체 증가, 신용불량자 급증, 카드사 유동성 위기 등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수익성과 여신 건전성 등 국내 금융산업의 경영 전반이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금감원은 또 올해에는 경기 회복 등에 힘입어 금융산업의 건전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나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경우에는 가계 및 중소기업 여신 가운데 새로운 부실이 발생해 금융산업의 건전성 개선이 제약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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