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특별취재팀] 서해 백령도 인근 해상을 순찰 중이던 해군 초계함 한 척이 지난 26일 원인을 알 수 없는 사고로 침몰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26일 오후 9시45분께 백령도 서남방 해상에서 순찰 임무를 수행하던 포항급 초계함 천안함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사고로 함정 밑바닥에 구멍이 뚫리면서 침수돼 침몰했다. 합참 이기식 정보작전처장은 브리핑에서 "우리 함정의 선저(배바닥)가 원인 미상으로 파공돼 침몰했다"면서 "27일 새벽 1시 현재 함정에 탑승한 승조원 104명 중 58명이 구조됐다"고 밝혔다. 침몰한 천안함에서 구조된 승조원 58명의 생명은 지장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나머지 46명은 생사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평택 해군2함대는 27일 오후 6시께 천안함 실종자 가족 200여명과 취재진에게 사고발생 당시 상황을 설명했는데 이 자리에 참석한 최원일 함장에 따르면 실종 승조원은 대부분 배 뒷부분에서 야식을 먹은 후 취침준비를 하던 중이었기 때문에 선미 침실에서 미쳐 빠져 나오지 못해 실종자가 더 많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 합동참모본부는 "우리 군은 사건 발생 이후 백령도 서남방 1.4㎞ 부근 해역에 대한 탐색구조작업을 실시해오고 있다"고 밝혔다.합참에 따르면 구조된 58명 중 13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지만 모두 생명에 지장은 없는 상태이다. 부상자 중 2명은 가벼운 뇌출혈로 수도통합병원에, 나머지 11명은 찰과상 등으로 해당지역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정부는 천안함의 침몰 원인을 ▲기관실 등 내부에서의 폭발사고 ▲ 북한이 설치한 기뢰에 충돌 등 2가지로 압축해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사고해역의 수심이 40~50미터로 잠수함 활동이 어려운 곳이어서 북한 잠수함과의 교전으로 인한 어뢰 피격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정부는 교전에 의한 침몰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으며, 침몰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미국 등 관련국들과 정보 수집 및 분석을 함께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주요 외신들도 사고 초기에 일각에서 제기된 북한 배후설의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들을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침몰 실종가족들은 침몰된 천안함이 선령(船齡) 20년 이상된 노후 배로 부대측이 평소 이 배가 물이 자주 새는바람에 수리가 잦았다고 주장해 선체 결함 가능성을 제기했다.한 실종가족은 "평소 (실종남편)애 아빠가 입이 무겁기로 소문나 부대에서 있었던 말을 일체 하지 않는 편인데, 언젠가 이 배가 너무 노후돼 물이새는 바람에 수리가 잦다"며 "위험한 배라서 부대원들간 승선을 기피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또 실종된 김경수 중사(35)의 아버지 김석우씨(57)는 "배가 한차례 출항하면 보통 10일~15일 이상 바다에서 임무를 수행하는데 이번에는 무슨 결함이 있었는지 기지에 귀항했다가 이틀만에 다시 나간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며 함선 결함 의문을 제기했다.또 다른 실종가족은 "배가 노후돼서 그렇다, 폭발당시 배안에서 화약냄새가 났다는 말도 있었다"며 "선실에 보관중이던 노후된 고폭탄 폭발 가능성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사정이 이렇자 27일 오후 긴급하게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조속한 원인규명을 강조하는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빗발쳤다. 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생존자 증언만 들어도 사고 원인을 규명할 수 있다"며 "왜 아직까지 정확히 그것에 대해 발표하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이윤성 의원도 "내부 폭발이냐, 외부 폭발이냐 둘 중 하나인데 뭐 이리 (원인규명에) 오래 걸리나, 사건 발생 20시간이 지났는데 군 발표, 언론 발표 다 똑같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박희태 의원 역시 "아침에 나와 하는 브리핑과 어젯밤에 했던 브리핑이 똑같다"며 "이런 일이 발생한 것도 국민에게 죄송한 것인데 원인 규명이 느려 국민에게 엄청난 불안과 궁금증을 조성케 하는 것도 또 하나의 잘못"이라고 비난했다. 같은 당 김영우 의원은 "내부폭발 아니면 외부 폭발로 확률이 50대 50인데 아직까지 (원인 규명이) 안 돼있다"며 "너무 증언도 약하다. 이것이 어떻게 국방부나 합동참모본부의 보고가 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초계함장에 대한 초동 조치 및 함장 역할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한나라당 김장수 의원은 "국민들은 영화에 함장이 마지막 최종인원까지 다 구하고 손을 흔들면서 자기 배와 생명을 같이 하는 모습에 감동받는다"며 "이번 경우, 함장이 그런 정신을 갖고 자기 함정에 승선해 있는 그런 부하들을 위해 그렇게 했느냐 하는 것에 일말에 의문이 간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유승민 의원 역시 "함장이 뱃머리가 물에 잠긴 것을 보고 그 즉시 퇴함 명령을 내렸다는데 해경 구조까지 70분 동안 함장과 장교들은 그 배에서 무엇을 했고, 실종자들을 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분명히 조사해 보고하라"고 질타했다. 자유선진당 심대평 의원도 "모든 승무원 퇴함시키고 마지막 떠나는 게 함장"이라며 "그런데 함장은 갑판에 나와 참모총장에게 전화걸고 있고, 승조원은 차가운 바다에 잠겨있다는 것이 가능한 이야기냐"고 추궁했다.이에 이기식 합동참모본부 작전처장은 "원인 규명은 규명대로 하려고 하고 있고, 동시에 승선자들 구조활동에 최선의 경주를 하고 있다"며 "여러 경우의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수색 현장으로 떠난 실종자 가족 80여명은 28일 오전 천안함이 침몰한 사고 해역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