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감독 당국이 빠른 속도로 진행해 왔던 생명보험회사 투자유가증권의 회계 처리 기준 개선 작업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10일 금융감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7일 열린 금감위. 증권선물위원회 합동 간담회에서 일부 위원이 금융 감독 당국의 방안에 신중론을 제기함에 따라 오는 14일 금감위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이다.당국은 생보업계가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이 없었다고 반발하고 한국회계학회와 일부 법무법인은 회계상 및 법률상 문제를 제기하는 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금감위에서 14일 이 문제를 매듭짓는다는 애초 계획대로 밀고갈 작정이었다.지난달 3월5일 금감위.증선위 합동 간담회에서 처음으로 이 문제가 제기된 이후 불과 2개월여 만에 끝장을 보겠다는 것으로 사안의 중대성과 업계의 반발 등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이다.당국은 개선안을 조기에 마련할 목적으로 3월27일 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켰고 태스크포스는 1주일에 2번 꼴로 모두 9번의 모임을 갖고 개선 방안을 마련한 후 4월29일 토론회에서 공개했다.당국의 빠른 행보에 당황한 생보업계는 토론회 당일 반대 입장을 부랴부랴 밝히는 한편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개선안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당국은 그러나 업계의 반발을 무시한 채 일정대로 밀어붙여 지난주 금감위.증선위 합동 간담회에 상정했으나 일부 위원이 추가 검토를 요청하고 나섬에 따라 일단 브레이크가 걸렸다.위원들은 평가이익이든 처분이익이든 그 규모를 산정할 때는 누적 방식으로 하자는 태스크포스의 제안에 동의했다.즉, 투자유가증권 취득시점을 기준으로 현재의 이익 규모를 따져 장부상에 기재하든, 실제로 배분하든, 어느 쪽이나 무방하다는 것이다.그러나 배분할 때 계약자 몫과 주주 몫을 얼마로 할 지를 결정하는 기준을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투자유가증권 보유기간 전체를 기준으로 계약자 대 주주의 책임준비금 비율을 내고 이를 적용해 산출해야 한다는 태스크포스의 안에 일부 위원이 해당 회계연도만 놓고 비율을 따져야 한다는 업계 의견도 고려할 가치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또 보유기간 전체를 기준으로 할 경우 소급 입법을 금지한 헌법에 위배되는 지의 여부에 대해서도 더 세밀한 검토를 요구했다.태스크포스는 4개 법무법인에 의뢰한 결과 아직 끝난 사안이 아닌 진행 중인 사안(부진정 소급 입법)인 만큼 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하더라도 공익을 위할 경우 위헌이 아니라는 의견을 받았다고 보고했다.그러나 삼성생명은 자체적으로 법무법인에 의뢰한 결과 새 규정이 소급 적용되면 주주의 재산권이 침해되는 만큼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맞섰다.업계는 회계 처리 기준 마련이 연기된 데 대해 한편으로는 다행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당국의 입장이 바뀐 게 아니라 단순히 처리 시간만 늦췄다면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방침대로 회계 처리해 왔는데도 마치 생보사가 계약자의 이익을 침해한 것처럼 몰아붙이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업계 등의 의견을 충분히 들은 뒤에 개선안을 마련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며 당국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 관계자는 또 "당국의 방안은 소급 입법을 금지한 헌법에 위배된다고 보는 법무법인도 다수 있는 만큼 이 문제에 대해서도 충분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