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불온서적’ 소지해도 이적행위 목적 없으면 처벌 못해”
[매일일보] 인터넷에 북한 관련 게시물을 올렸다가 재판에 넘겨진 영화 ‘홀리데이’ 시나리오 작가 윤재섭(53)씨가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등 혐의로 기소된 윤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재판부는 이적표현물 소지·반포 등 사건에서 자료의 이적성을 알았더라도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인정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는 기존 판례를 재확인했다.윤씨는 2010∼2012년 인터넷 블로그에 ‘미국의 전략적 인내, 북측의 마지막 비책’ 등의 제목으로 북한 체제에 동조하는 글 53건을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비슷한 게시물을 45차례 스크랩해 보관하고 ‘김일성 선집’, ‘주체의 학습론’ 등 이적도서 20권을 소지한 혐의도 받았다.윤씨는 전남대 3학년이던 1989년 인문대 예비역협의회 의장으로 활동했고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소속으로 50여 차례 시위에 참가했다. 김정일이 사망하자 블로그에 ‘김정일 위원장 서거 세계가 애도!’라는 글을 올린 적도 있다.그러나 대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윤씨가 이적행위를 할 목적으로 자료들을 반포·소지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윤씨가 대학 때부터 사회주의에 관심이 많았고 게시물 상당수가 퍼온 글인데다 비공개 글도 많은 점, 이적단체에 가입했거나 구성원과 접촉한 흔적이 없는 점도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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