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는 늦장, 그 사이 피해자들 보상 합의 이뤄져
<보고서 공개한 권영세 의원 “국정조사나 특검 추진”><제이유측 “첩보가 유포된 배경 및 세력 규명되어야”>
[매일일보=김명은 기자]지난 5월 초 국정원이 작성한 제이유그룹 관련 보고서가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에 의해 공개된 지 한 달여 시간이 지났다.
이 후 로비 문건이 나돌아 정관계 심지어 언론에까지 불똥이 튀는 일이 벌어졌다.
그 와중에 검찰의 수사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혹의 진위여부를 떠나 사건의 핵심에 사업피해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그동안 집단 소송의 움직임을 보였던 제이유 네트워크 사업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가 제이유측과 보상 합의를 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얼마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자의 문의 전화를 받은 것을 계기로 그동안의 관련 수사 진행상황과 피해자 구제 방안 등 진척 사항을 살펴보고자 한다.
제이유 수사 늦어지고 있다
“회사의 본질적인 영업내용을 파악하는 데에도 시간이 모자랐다”. 다단계업체 제이유그룹의 불법 영업행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 동부지검 이춘성 차장검사의 말이다.
지난 4월 24일 검찰이 제이유그룹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본격 수사에 돌입했지만 제이유그룹의 다단계 판매사업의 불법성을 입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동부지검 관계자는 얼마전 “최근에야 제이유그룹의 회계자료 분석을 끝냈을 정도로 자료가 방대하다”며 사기나 유사수신, 방문판매등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 입증이 장기전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검찰은 5월 3일 브리핑을 통해 제이유그룹에 대한 수사 진행상황을 밝혔다.
검찰은 ‘원금 이상의 수당을 보장하는 제이유의 공유마케팅이 사기 혐의가 짙다고 판단, ▲수당 구조의 문제점 ▲판매 물품의 허구성 ▲사업자에 대한 기망행위 등을 집중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서울 동부지검 이춘성 차장검사는 “우리가 중점 수사대상으로 삼는 것은 제이유그룹의 다단계 판매사업의 불법성”이라고 선을 그었으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자금 조성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못했으나 계좌를 살펴보는 중 비자금 조성 의혹이 있다면 수사를 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비자금이 불법적인 용도에 사용됐는지도 파악하겠다고 한 것의 의미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회사 돈을 빼돌려 개인자금으로 사용했는지 등을 살펴본다는 말”이라며 “불법적인 용도가 곧 로비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제이유그룹의 로비문건이 나돈다는 언론의 보도가 나가자 이와 관련한 문의가 많은 것과 관련 “우리가 압수한 자료 중에 정·관계나 유력인사 명단은 없어 로비에 관한 내용은 접어두려고 한다”며 “로비 부분은 경찰과 남부지검에 접수돼 있으니 거기서 확인해 달라”는 말을 남겼다.
그 후 이 차장은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도 “전혀 진척이 없진 않으나 아직 밝힐 정도의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이유 관련 피해자들은 검찰이 본격 수사에 들어간 지 한달이 넘어가도록 주수도 회장에 대한 소환 시기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수사가 너무 지지부진한 게 아니냐‘며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이 이 일로 매일 여러 차례 회의를 할 정도다”며 “수사가 늦어지는 것은 그 만큼 사안이 복잡, 중대하다는 의미로 봐달라”며 반박했다.
제이유 피해자들 일단 고소 보류
지난 5월 25일 제이유 네트워크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현순환, 이하 비대위)는 제이유그룹 주수도 회장과 제이유 네트워크 주식회사 전·현직 대표이사 등에 대한 형사고소를 보류한다고 밝혔다.
비대위가 제이유그룹이 비대위 회원(현순환 외 126명)에게 회사의 보상처리 기준에 따른 적절한 보상절차를 이행한다는 내용을 제이유측과 합의했다는 것이 이유다.
비대위는 추가적으로 제이유그룹의 보상처리 기준에 따른 보상절차가 원만히 이뤄질 수 있도록 주수도 회장이 책임지고 이를 보증한다는 합의도 이끌어냈다.
뿐만 아니라 합의 사항에는 제이유그룹의 보상처리가 약정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주수도 회장 등은 보류했던 민·형사상의 법적 책임을 물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비대위는 “위 합의가 제이유 문제의 종착이 아니라 새로운 진행임을 이해해주길 바란다”며 “추가로 접수되고 있는 새로운 피해자들과 관련한 협상은 위 합의와 무관하므로 그에 대한 법적 대응 또한 별개로 진행될 것”을 밝혔다.
이에 대해 비대위 소송대리인인 한경수 변호사(법무법인 시민)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1차고소인단이 합의를 했으나 이행사항의 담보가치가 명확하지 않아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이와 별도로 2차고소인단을 모집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비대위의 현순환 회장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1차에서 126명이 합의를 했고 주수도 회장이 6월 중 피해자 전체 보상 약속을 한 점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진행상황을 지켜 볼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유측 “6월 약속은 사실”
제이유그룹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진 가운데 피해자들의 집단 움직임이 확산되자 얼마전 제이유측은 국정원 보고서 및 일부 언론이 제기한 사안들에 대해 서울 동부지검 형사6부에 변호인 의견서를 제출했다.
의견서에는 국정원 보고서의 핵심 내용에 대한 해명과 피내사자의 입장이 들어가 있다.
우선 비자금 조성과 은닉, 자금 해외 밀반출 관련 의혹에 대해 ‘비자금 조성 사실이 없으며 차명계좌도 존재하지 않고 자금은닉 사실도 일고의 가치 없는 사실무근 일뿐 아니라 은닉과 관련해 언급되고 있는 사채업자 등과의 관계도 형사고소까지 간 적대적 관계자이며 해외자금 불법 밀반출 역시 근거 없는 억측’이라고 밝히고 있다.
정관계 로비 의혹과 관련해서도 ‘100억 로비사실도 전혀 없고 정상적인 변호인단의 변론에 임한 것 일뿐이고 국정원 보고서 내용의 신빙성을 의심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보고서 작성 배경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며 ‘외국계 네트워크 기업의 음해와 왜곡된 정보의 제공 및 여론 조작 등의 음모가 있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또한 사회지도층 인사 가족들을 회원으로 가입시켜 특혜를 이용한 방패막이 활용과 관련해 ‘차등과 특혜 제공 사실이 없으며 방패막이로 활용한 사실도 없다’며 ‘사세가 커지고 회원 규모가 30만을 넘게 되어 그 가운데 각계 인사들의 친인척들이 회원으로 가입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이들의 존재가 일반 회원들 사이에 소문이 나고 하여 회사의 신뢰성이 높아진 것으로 특별히 조장하거나 특별 대우한 사실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제이유측은 이 같은 해명과 피내사자 입장의 의견서를 통해 ‘이같은 첩보를 근거로 소위 비자금 및 로비에 대한 내사를 계속한다는 것은 국가적, 사회적 역량의 낭비며 피내사자의 인권보호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이유그룹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비대위 현순환 회장이 밝힌 6월 보상 얘기에 대해 “사실이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6월을 기준으로 ±한 달 사이 보상할 것을 약속한 것으로 알고 있고 지금도 보상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의 압수수색이 3차례 있었고 그 후 6주간의 시간이 흘렀으나 아직 회장님 소환예정이라는 말은 듣지 못했다”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5월 4일 국정원 보고서를 공개한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은 그 후 가진 <폴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선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으나 의혹이 밝혀지지 않을 경우 6월 국회에서 각 상임위 별로 제이유의 정관계 로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국정조사나 경우에 따라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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