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중심복합도시 ‘약발‘ 안 먹히네
<여당 충청 특히 충남지역 한나라당, 국민중심당에 빼앗겨> <“행정도시는 이미 이슈가 아니었다”“우려먹을 만큼 먹었지”>
[매일일보=김명은 기자]5·31지방선거에서 여당 참패의 충격이 너무 큰 탓인지 선거 이변 스토리리가 많이 부각되지 않는 듯하다.
그 중 행정중심복합도시 예정지인 공주시와 연기군을 포함해 충남지역에서 여당이 힘을 받지 못한 것에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무엇보다 이 지역은 노무현 정부가 그동안 공들인 바가 크기 때문이다.
행정수도 이전이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받으며 우여곡절 끝에 이뤄진 행정도시 건설에 충청지역인들의 관심이 적지 않았음을 생각하면 의외라는 반응도 있을 법하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미 우려먹을 만큼 먹었다”며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이다.
여당이 이처럼 충청권에서도 참패한 원인이 무엇일까.
이번 선거에서 충남도지사는 한나라당 이완구 후보가 당선됐다.
역대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95년과 98년 선거에서 대전, 충남, 충북 3개 지역 모두를 자민련에 내줬고, 2002년 선거에선 대전. 충북에서 이긴 대신 충남에선 자민련에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 지역에서 지방선거 사상 최대의 성과를 올렸다.
그동안 충청권에서의 부진 때문에 지난 두 차례의 대선에서 결정적인 실패를 봤던 한나라당으로서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특히 공주, 연기지역에 행정중심복합도시가 건설 될 예정이어서 여당에게 주도권을 넘겨줄 것으로 예상했던 상황에서 의외의 소득을 얻었다.
물론 한나라당 선거 관계자는 “이미 여론을 느끼고 있었다”며 충청권의 변화를 예견했다고 한다.
어찌됐든 한나라당으로서는 묵은 악재를 날려버린 셈이다.
선전을 했으나 기대에 못 미친 결과를 얻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국민중심당의 심대평 공동대표가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국민중심당은 충청권에서는 나름대로 기세를 몰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들어서는 공주, 연기 지역을 포함에 충남지역 기초단체장 6곳에 깃발을 꽂았다.
그리고 충남지사 자리를 놓고도 이명수 후보가 한나라당 이완구 후보와 접전을 펼친 끝에 낙선했다.
이렇게 충청지역 특히나 충남지역에서 한나라당과 국민중심당이 많은 득표를 했다는 것은 역으로 여당이 철저하게 이 지역 주민들로부터 외면당했다는 얘기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 후 행정수도이전으로 “재미를 봤다”는 말을 했다.
그 후 여당도 탄핵폭풍에 힘입은 바도 있으나 역시 행정수도이전 덕에 2004년 총선에서 충청표를 많이 거둬들였다.
그리고 많은 혼란이 있었으나 헌재의 최종 결정으로 행정수도가 아닌 행정도시가 충청권에 들어서게 됐다.
선거 전에 이미 여당의 선거 패배가 예견됐지만 충청권 그중에서도 충남지역만은 여당을 져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결과는 역시 참패. 이를 두고 한나라당 관계자는 "행정도시 건설의 효과가 참여정부의 실정에 대한 반발을 넘지 못했다"며 "이런 추세라면 향후 대선에서도 충남표를 끌어오는 작업이 쉬워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충남지역 선거전에서 여당 후보들은 행정도시 건설이 잘 추진되기 위해서는 중앙과 지방의 협조가 우선이라며 주민들을 동료하는 전략을 펼쳤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충청지역 한나라당 선거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통화에서 “여당이 잘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불안을 야기 시켜 유권자들의 표심을 흔들려 했다”며 “이는 오히려 자신들의 표를 깎아먹는 효과였다”고 말했다.
충청지역에 대한 여당의 애정공세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표를 얻지 못한 원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중앙당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본다”며 “무능한 정권의 심판이 결정적인 이슈였고 그것이 이 지역에서도 먹혀든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국민중심당 관계자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 정권이 국민을 잘 살지 못하게 한 게 가장 큰 원인 아니겠냐”며 “코드정치, 코드인사 등 참여정부의 정치에 국민들이 지칠대로 지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당과 국정 운영은 별개로 봐야 한다”며 “이미 결정돼 추진 중인 국가 정책에 주민들이 흔들릴 이유가 없다”고 좀 더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여당은 97년 DJP연합 이후 친여 세력의 지역적 토대였던 충청,호남지역을 한꺼번에 잃게 될 위기에 처했다.
민주당이 잃어버린 호남을 다시 찾겠다고 주장한지 오래돼지 않아 정말로 현실화되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결과로 인해 혹 여당이 내놓은 정책을 미적지근하게 추진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어떠한 얘기가 나오든 간에 중앙과 지방정부는 확실하고 철저하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충청지역인들의 바람이다.
이것은 또한 이 지역 당선자들의 각오이기도 하다.
[email protected]
<심층취재 실시간 뉴스 매일일보 / sisaseoul.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