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당이 어렵게 됐는데 떠나는 것은 모양세가 영~”
< 열린당 의원, “대통령 우리당에 애정 없은지 오래다”><청와대측, “여당에 대한 기대 더 이상 갖고 있지 않다”>
<한화갑, “대통령 탈당하면 열린당과 통합해야한다”>
<장영달, “그런말할 위치 아니다. 한 대표 겸손해져라”>
[매일일보=김명은 기자]5·31 지방선거 참패 직후 여권발 정계개편설과 더불어 대통령 탈당설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 대통령이 직접 '당적 유지' 입장을 밝힘에 따라 향후 여당 내부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여당내에서는 노 대통령 발언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례적으로 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을 전제로 한 민주당-열린우리당의 통합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장영달 의원이 한 대표를 비난하는 등 노 대통령의 탈당이 정국의 또다른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결국 노 대통령의 탈당이 정계개편과 연계될 공산이 커 보인다. 청와대가 어떠한 선택을 내릴지 앞으로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듯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방선거 후 지난 3일 청와대를 방문한 정동영 전 의장, 김한길 원내대표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선거 참패 후 당이 이렇게 어렵게 됐는데 떠나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다"며 "당적을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내대표가 지난 5일 밤 정 전 의장 사퇴 이후 후임 지도부 체제를 논의하기 위한 당 중진회의에서 청와대 회동결과를 설명하면서 노 대통령의 당적 유지 입장을 참석 의원들에게 전달한 것이다.
또한 열린우리당 핵심 관계자도 이러한 내용을 확인시켜줬다.
선거가 끝나자 각당과 정치전문가들이 일제히 노 대통령의 탈당 여부에 관심을 가지며 이 문제를 정계개편의 전제로까지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정계를 또다시 미궁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의 발언 배경으로 부동산 대책과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양극화 해소 등 참여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핵심 정책과 관련해 당의 협력을 받아야 할 상황이므로 섣불리 탈당을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라 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또한 어려움에 처한 여당이 대통령 탈당으로 여당 프리미엄을 잃는 동시에 정계개편의 격랑에 급속히 빨려들 소지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차원의 결정이라는 것도 그 이유로 보고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이러한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선 "노 대통령과 여당의 관계가 이미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까지 악화된 만큼 노 대통령의 당적 이탈은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만만찮다.
대통령의 뜻을 순수하게만 바라보지는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 예로 여당의 한 의원이 "노 대통령은 처음부터 당에 애정이 없었기 때문에 당을 만들어 놓고도 돌보지 않았다"며 "당에 대한 시각이 변화한 것 같지는 않다"는 말을 한 것을 들 수 있다.
결국 노 대통령의 당적유지 발언은 5ㆍ31 지방선거 참패 이후 국정 운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발언일 뿐 더 이상의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청와대 일각에서도 "노 대통령이 여당에 대한 기대를 더 이상 갖고 있지 않다"며 정책 진행 과정과 정계개편의 향배 등과 맞물려 시기상의 문제일 뿐 노 대통령의 탈당을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조만간 본격화될 정계개편이 노 대통령의 탈당을 부추길 외부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얼마전 정계개편에 열을 올리고 있는 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열린우리당을 향해 ‘통합’의 손짓을 보냈기 때문이다.
한 대표가 7일 광주를 방문해 지역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자리에서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하고 여당이 이합집산 할 때 재창당 수준의 파트너로 인정하겠다"며 노 대통령의 탈당을 권유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한 대표는 “대통령이 탈당해도 열린당과의 통합은 없다고 하지 않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선거기간 동안 손석희씨가 물어보길래 통합한다면 표에 도움이 안 될 것 같아 선거전략상 통합은 없다고 했으나 본래 대통령이 탈당하면 통합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선거가 끝나고 (조선일보가) 물어오길래 대통령이 탈당하면 통합은 가능하다고 말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민주당의 외연을 막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창조적 파괴와 공존’을 언급하면서 “민주당의 기득권을 고집하지 않고 수권정당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한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기존부터 민주당과의 통합을 주장해 온 여당내 의원들을 겨냥해 여권 내 정계개편 논의를 촉발시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한 대표의 이러한 발언은 한 대표가 줄기차게 말해온 “열린당과의 통합은 없을 것”이라는 기존 입장에 전면 배치되는 것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져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한 대표의 발언이 있자 바로 열린우리당의 장영달 의원이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장 의원은 8일 한 대표에 대해 “그런 말을 할 단계나 위치에 있는 것 같지 않다.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호남에서 소득이 좀 있었지만 현재의 민주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제시했던 민주당하고 너무 다르다”며 “먼저 구태를 털어내고 미래로 가려는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민주당과의 통합에 대해 부정적임을 시사했다.
또한 그는 노대통령의 탈당문제에 대해 “나라가 중심을 지키고 있으려면 대통령은 여당의 지지를 받아야 하고 당적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며 “여론이 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해도 설득해야 한다.
국가경영을 여론이 다 수렴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고건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통합론에 대해서는 “각자 준비해야할 숙제가 있다. 국민의 신뢰가 이뤄졌을 때 생각해 볼 문제지 아직은 이르다”고 말해 고 전 총리를 매개로한 통합에 대해선 여지를 남겼다.
장 의원의 이러한 비판이 있자 민주당은 곧바로 논평을 통해 반박했다.
민주당은 “열린우리당 장영달 의원이 한화갑 대표가 말한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을 전제로 한 통합 파트너’에 대해 말꼬리를 잡고 나섰다”며 장 의원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장 의원은 또 노무현 권력의 끝물을 탐내는가.”라며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은 노무현 정권을 탄핵했고, 열린당에 대해 사망선고를 내렸다”고 평했다.
이어 민주당은 “열린당이 아무리 비대위를 구성해 새롭게 당을 정비한다고 해도 노 대통령이 열린당의 수석당원으로 있는 한 열린당의 미래는 없다”며 “한마디로 열린당에 노 대통령이 당원으로 있는 한 죽도 밥도 안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열린당이 아무리 노 대통령의 탈당을 온 몸으로 막는다 해도 노 대통령은 자기 생존을 위해 결국 열린당을 탈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방선거 후 민주당의 일련의 주장들은 호남권 교두보 재확보에 성공한 민주당이 향후 정계개편에서 ‘캐스팅 보트’를 쥘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 대표의 최근 행보에 대해 “너무 콧대가 높아진 것 아니냐”며 민주당이 이번 선거를 통해 호남지역에서 새로운 발판을 마련한 것은 사실이나 아직 지역 정당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상태임을 인식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동안 정치적인 공세에 몰려 어려움에 직면할 때 마다 새로운 정치적 쟁점을 만들어내며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지방선거가 여당의 참패로 끝이 났음에도 별다른 대책 없이 그저 원론적인 얘기만을 하고 있다.
그리고 외부에서는 이미 대통령과 여당의 관계가 악화될 때로 악화된 상태라 각자의 길로 가는 것이 보인다고 하지만 안에서는 감추고 있는 듯한 형국이다.
아무튼 지금 상황에서는 여당의 내홍과 고 전 총리와 민주당, 그리고 여당의 관계에서 정계개편의 촉발제는 노 대통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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