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장측, 대리전으로 비춰지는 것 부담 “외국 나갈지도”
<대선후보 선정시기 너무 이른 거 아니야? 여당이 깜짝 인물 내보내면 안 돼><소장파 ‘독자 후보‘ 내세울 듯, 일부에선 외부 영입 위해 “당헌·당규 바꾸자”>
[시시서울=김명은 기자]한나라당이 내달 11일로 잠정 결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써부터 전대의 성격과 의제, 대선후보 선정시기와 방법, 당헌·당규의 개정 등을 놓고 ‘백가쟁명’을 벌이고 있다.
지난 2일 이명박 서울시장이 “대선후보 선출시기가 이르다”며 “대선 6개월 전에 선출토록 한 당헌·당규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공방이 불붙기 시작했다.
이미 당내 소장파를 중심으로 전대가 ‘빅3’의 대리전으로 가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이에 대선 주자들에게 당무와 관련해 ‘역할’을 부여하자는 주장과 함께 외부 영입론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그 가운데 손학규 경기지사측은 대선후보 선출방식과 관련해 “특정 후보에게 불리한 합산방식을 대폭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전대 자체를 둘러싸고 당내 계파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따라서 이번 전당대회의 방향은 ‘빅3’측뿐 아니라 수요모임과 푸른정책연구모임 등의 입장 조율의 결과에 따라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7월 전당대회를 사실상 ‘대권 교두보’로 인식하게 되면서 당내 대권후보들간의 물밑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한나라당의 ‘대권 경주’가 조기 과열되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이유인 즉, 5·31 지방선거가 끝나기가 무섭게 전당대회, 대선후보 선출시기·방법 등과 관련한 당헌·당규 개정론이 고개를 드는 등 내부 갈등을 불러일으킬 만한 사안들이 속속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이 시장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대선일 6개월 전에 후보를 뽑는 것은 너무 빠를 수 있다”며 “관련 당헌·당규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 후보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무엇보다 여당의 집중 공격에 노출될 수 있는 기간을 단축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유다.
특히 이 시장은 당내 대권후보 ‘빅3’ 중 자신이 가장 여당의 공세에 광범위하게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여당이 막판에 국민적 지지를 얻는 새로운 인물을 후보로 내세울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나름의 논리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한나라당 비주류 모임인 국가발전연구회 대표인 심재철 의원도 “대선 필승을 위해 대선후보 선출시기를 당헌에 규정된 ‘180일 전까지’에서 ‘120일 전 또는 90일 전까지’로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선출 시기를 늦추는 문제에 대해서 많은 동료 의원들이 공감하고 있다”며 노무현, 정몽준 후보가 대선 직전에 단일 후보를 결정했던 것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대선후보 선출을 늦출수록 국민 궁금증을 이어갈 수 있으며 정부 여당으로부터 대선 후보를 보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의견은 지난 대선에서 이회창 전 총재의 독주가 국민적 관심을 얻지 못했고 그로써 대선에 실패했다는 자체 분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에 대한 다른 대권 주자들의 반응은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표측은 “6개월이 너무 이르다는 지적은 당헌·당규 개정 때부터 나온 것”이라며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다만 지방선거를 끝낸 지 얼마 됐다고 벌써 후보 선출시기를 거론하는 저의가 궁금하다”며 마땅찮은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손학규 경기도지사측은 “단지 공격 받는 시간을 줄이자는 이유라면 곤란하다”며 “공격이 두려운 자는 아예 후보로 나서지 말고 도덕적으로 떳떳한 자를 후보로 내는 것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손 지사가 나머지 두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도덕적 흠결이 적다는 인식에서 나온 듯하다.
그러나 손 지사측도 재검토와 관련한 논의의 필요성을 전면 부정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현 규정상 대의원 20%, 당원 선거인단 30%, 일반국민 선거인단 30%, 여론조사 20%를 합산하게 돼 있는 대선후보 선출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다.
손 지사측은 “특정 후보에게 불리한 합산방식을 대폭 바꾸어야 한다”며 기본 틀을 흔들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췄다.
구체적으로는 20%인 여론조사 반영비율을 줄이고 30%인 일반국민 선거인단 반영비율을 높이자는 주장이다.
이는 ‘빅3’ 중 손 지사가 여론에서 가장 밀리고 있는 입장임을 고려한 의견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이 시장측은 “국민적 지지를 반영할 방법을 찾아야 하지만 여론조사 비율을 더 늘리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전당대회 성격을 두고도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고 있다.
당내 소장파를 중심으로 ‘빅3’ 대리전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제기된 사안.
그런데 이번에는 대선주자들에게 당무와 관련해 일정한 역할을 부여하자는 의견도 있다.
임태희 의원이 얼마전 “빅3가 아니더라도 전당대회에 출마한 의원이나 외부영입인사도 대권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열어 둬야 한다”며 ‘당권·대권 분리’를 규정한 당헌·당규의 수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임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대선주자들도 전대에 출마해 당무를 수행하는 것이 더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대선주자들이 당무에 전혀 관여하지 않을 경우 언론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전대출마자도 대권에 도전할 수 있어야 명망 있는 외부인사들을 끌어드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리고 일부 대선주자 진영에서는 현재 2년으로 돼 있는 당지도부의 임기를 단축하자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대선 후보 경선 후 낙선자들이 당내에서 활동할 수 기회를 부여해 줘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처럼 전당대회의 성격과 의제, 대선후보 선출시기와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자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여당이 정치적으로 혼란한 상황이므로 한나라당이 국정의 중심에서 국민을 안심시키는데 노력해야 할 때인데 이같은 논란을 벌이다보면 국민이 실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혁신위원장으로 당헌 개정안을 마련했던 홍준표 의원이 대선후보 선출시기 조정 논란에 대해 “패배주의적 발상”이라며 발끈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빅3’도 이러한 과열이 자칫 반감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판단에 전당대회가 대리전이 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입장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이 시장측에서 전대를 전후하여 외국에 나가겠다는 말이 나오는 것을 봐서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이번 전대에서는 무엇보다 당내 소장파들의 영향이 클 것으로 예측된다.
오세훈 효과에 힘입은 이들이 어떤 식으로든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부 의원들이 ‘잠재적 대권후보’라는 말로 원희룡 최고위원을 거론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당초 ‘당 대표 외부 영입’ 가능성을 열어뒀던 ‘새정치수요모임(대표 박형준 의원)’ 소속 의원들이 회의 끝에 초선 그룹 등 당내 범중도개혁세력과의 연대를 통해 ‘독자 후보’를 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여러 가지 변수가 많으나 한나라당이 선거 승리에 자만하지 않고 이번 전당대회를 후에 있을 보궐 선거에서의 승리와 대선 가도로의 본격 진입을 앞두고 당의 체질 개선, 대안 정당으로서의 이미지 부각을 위한 시발점으로 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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