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갑 “고건 캠프 가려면 당 떠나라” 민주당 갈등
<‘공동대표제’ 두고도 말 많아, ‘수렴청정’ 아닌가?><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대법원 판결결과가 중대 변수>
한화갑 대표를 중심으로 정계개편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민주당이 정계개편의 방법론과 당의 지도체제 정비를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
그동안 고건 전 총리 영입을 적극 추진해 오던 한 대표가 고 전 총리의 ‘희망국민연대’ 결성 발언으로 그 뜻을 이루기가 사실상 어렵게 되자 방향을 선회한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법적 가능성 논쟁의 여지가 있는 ‘공동대표제’ 확정 발표를 두고도 ‘反한화갑’ 세력의 반발이 있어 민주당의 정계개편 작업이 앞으로 어떻게 흐를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고건 캠프 참석자들 당적 정리하고 그리 가서 일하라”
지방선거에서 호남권 교두보 확보는 물론이고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 숫자에서도 여당을 앞지른 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최근에는 당의 외연확대와 구심력 강화를 위해 갖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열린우리당의 소속 의원들을 접촉하면서 영입작전을 펼치는가 하면 호남지역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기초단체장들까지도 포섭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 대표의 이러한 행보 가운데 돌출 변수가 등장했다.
사실 한 대표는 선거 전부터 고건 전 총리를 민주당으로 영입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써왔다.
그러나 고 전 총리는 한 대표의 끈질긴 구애에도 불구하고 선거가 끝나자마자 독자 노선을 걸을 것을 확약했다.
한 대표의 일방적인 러브콜이 실패로 끝났지만 민주당내에는 고 전 총리와 밀접하게 움직이는 의원들이 몇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한 대표가 견제구를 날리는 일이 벌어졌다.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이 한 언론사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 대표가 최근 대표단 회의 등에서 ‘민주당 당적을 갖고 있으면서 고건 캠프 참모회의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당적을 정리하고 아예 그리 가서 일하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고 말한 것이 알려지면서 민주당내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
본지 확인 결과도 역시 동일했다. 이 대변인은 <매일일보>과의 통화에서 “당직을 버리라고 말한 것이 정확한 표현”이라며 “대표단회의 모두발언에서 한 대표가 그런 말을 했다”고 전해줬다.
현재 이낙연, 최인기 의원 등 민주당내 3~4명의 의원들이 고 전 총리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불의의 분당 이후 정치 균형자로서의 역량을 많이 잃었다”며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을 뛰어넘는, 새로운 균형자가 필요하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런데 이 의원의 주장에는 고 전 총리의 뜻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내용인 즉, “전 현직 정치인보다는 각 분야의 신선하고 유능한 전문가나 활동가들이 전면에 나서는 것을 상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전 고 전총리가 광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달 출범할 ‘희망연대’에 대해 “분명히 말하는 데 신당 창당이 아니며 신당 창당을 위한 모태도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그는 “희망연대는 이 시대가 요청하는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과 국가의 미래 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국민운동 성격의 모임”이라며 “비 정치인, 전문가 등이 중심이 될 것”임을 강조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볼 때 이 의원의 생각과 고 전 총리측의 입장이 통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한 대표의 경고성 발언이 그저 나온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이렇다 할만한 움직임이 보이는 것도 현재로서는 아니다.
한 대표도 고 전 총리 영입을 완전히 포기한 상황이 아니지만 고 전 총리가 이미 ‘희망연대’ 등을 통해 독자세력을 결집시킬 계획을 내세운 만큼 내부단속에 철저해야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강도가 너무 셀 경우에 오히려 내분을 촉발시켜 당이 갈라지는 경우를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 일을 민주당이 어떻게 수습, 봉합해 나가느냐가 중요한 문제다.
민주당 ‘공동대표제’ 추진에는 다른 꼼수가 있나.
한 대표는 현재 친(親)고건파 의원들하고만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니다. 반(反)한화갑 세력과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12일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은 대표단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현행 단일지도체제를 보완한 ‘공동대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의 말에 따르면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토대로 당세확장과 당 외연확대를 위한 것”이란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이 같은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부 의원들이 당의 결정에 대해 불복하며 당지도체제에 대한 의견을 새롭게 모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는 ‘공동대표제’는 법적으로도 불가능할 뿐 아니라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공동대표제’가 아닌 ‘집단지도체제’라는 것이다.
‘공동대표제’는 한 대표가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의 여러 불만에도 불구하고 전권을 행사해 오던 한 대표가 갑자기 ‘공동대표제’를 제기한 배경을 두고도 다양한 해석이 솟아지고 있다.
우선은 ‘反한화갑’ 세력을 중심으로 한 대표가 자신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할 경우를 대비해 ‘공동대표’를 얼굴 마담 격으로 내세우고 뒤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특히 공동대표로 장상 전 총리지명자가 거론되고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해준다는 설명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대위원장을 맡은 장 전 총리지명자는 한 대표가 영입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결국 한 대표가 지방선거 전부터 의원들에 의해 계속 건의되어온 ‘집단지도체제’에 대해서는 ‘공동대표제’로 맞받아치면서 동시에 자기 인물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권력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숨은 의도가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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