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송현섭 기자] 검찰이 내부증언자 형사면책제도(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재추진하고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제도는 내부제보 및 증언을 유도해 조직범죄 수사에 활력을 줄 것으로 기대되지만, 피의자나 피고인의 심리적으로 강제해 진술 및 증언거부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26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미래기획단 산하 공법연구회는 최근 ‘내부증언자 형사면책제도의 입법 필요성’을 주제로 의견을 수렴했다. 이 회의에는 검찰 및 외부 전문가가 참석해 플리바게닝 도입에 대한 국내 형법학자들의 의견 청취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회의에 참여한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이경렬 교수는 “조직범죄를 척결하고 수사 및 형사소추와 관련해 국가기관의 객관적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도입에 찬성했다. 이 교수는 조직범죄 등 특정범죄를 대상으로 선정, 검사의 청구 및 법원 명령에 따른 ‘거래적 면책’과 검사의 기소 재량에 따른 ‘비공식적 면책’ 등의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동의대 법학과 최성진 교수 역시 “각종 신종범죄가 나타나고 범죄수법이 치밀하고 교묘해지는 가운데 수사기관에 합법적 증거 수집·발견을 위한 새 수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검찰은 내달 개원하는 20대 국회에서 입법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인데 형법·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한 플리바게닝 도입안을 비롯해 범위는 어디까지 해당돼야 하는지 각종 쟁점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앞서 대검은 작년 12월 국내에서 발효된 유엔 범죄방지협약(초국가적조직범죄방지협약)의 원활한 이행차원에서 국내에도 플리바게닝 도입 등 형사사법절차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조약은 초국가적 조직범죄 방지를 위해 협약국은 조약이 규정한 범죄와 관련된 수사나 기소에 협력한 자에게 형사면책특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토록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실제로 플리바게닝 도입에 반대하는 여론도 있어 입법화과정이 순탄치 않을 가능성도 여전하다. 예를 들어 법조계 일각에선 플리바게닝이 형의 감면을 전제로 피의자·피고인의 진술을 심리적으로 강제하는 효과 때문에 형사소송법상 진술거부권과 증언거부권을 사실상 무력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또한 검찰이 범죄자 면책권까지 보유해 권한이 지나치게 강해지고, 진술에만 의존하는 수사관행이 고착화되는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현행 형법에 자수감면제도 등을 적극 활용하면 법 개정 없이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반론 역시 만만치 않다.한편 법무부는 지난 2011년 플리바게닝의 입법화를 추진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법무부는 내부증언자 형사면책제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형법 및 형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18대 국회의 임기만료로 2012년 5월 자동 폐기돼 결국 입법화가 무산됐다.이에 대해 권순범 대검 미래기획단장은 “수사여건이 갈수록 열악해지는 반면 범죄는 다양화하고 첨단화하고 있다”면서 “조직범죄 등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국제협약 이행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키 위해 선진적인 형사제도로 도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한편 플리바게닝으로 불리는 내부증언자 형사면책제도는 조직폭력 또는 기업의 부패비리 등 조직범죄에 가담한 내부자가 유사범죄 방지 및 공범 검거를 위해 결정적 증언을 할 경우 형사책임을 면제하거나 형량을 감면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