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일보] 국내 연구진이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10㎛/㎥씩 증가할 때마다 고혈압 발생률이 4.4%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김호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원장은 질병관리본부의 지역사회 건강조사(2008년~2010년)에 나온 약 70만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대기오염물질과 심혈관질환 유병률을 살펴본 결과 이 같은 상관관계를 찾을 수 있었다고 30일 밝혔다.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이 호흡기 질환을 악화시킨다는 것은 이미 밝혀진 바 있지만 심혈관질환 발생률까지 높인다는 장기 관찰에 대한 실증적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UN 산하 환경 전문 기구인 UNEP(유엔환경계획)도 29일 공기 오염으로 매년 700만명이 목숨을 잃는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이 가운데 430만명이 석탄 등 고체연료를 사용해 요리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오염물질로 인해 사망했고 270만명은 자동차 등이 내뿜는 질소산화물에 의한 영향으로 목숨을 잃었다.이달 들어 서울의 미세먼지농도는 ‘주의보’를 빼고 ‘나쁨’을 기록한 날이 8일에 달했다. 대기오염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라는 방증(傍證)이다. 중국에서 날아온 황사와 미세먼지도 있지만 절반 이상이 우리 스스로가 발생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 노력 여하에 따라 대기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정부의 대책은 부처 간 이견(異見)으로 그 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미세먼지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석탄화력발전소와 경유차에 대한 대책을 놓고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등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대기의 질을 악화시키는 오염원 배출을 줄이기 위해선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를 방치할 경우 국민 건강 악화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이래도 저래도 사회적 비용은 피할 수 없다. 세상에 한 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은 없다. 환경과 산업 전반이 얽혀있는 미세먼지 저감 정책도 마찬가지다. 이해관계를 조율해 풀어가려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문제는 정부가 이에 대한 정책 조율 능력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국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25일 미세먼지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개최하려던 관계부처 차관회의가 돌연 취소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중국 정부는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우리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한 강력한 정책을 펴고 있다. 정부도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한 방안 마련에 보다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국민 건강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