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은 오백 년 견디고 종이는 천 년 간다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매일일보는 천 년을 간다는 우리한지의 우수성을 되찾아 보는 <한지, 천 년의 수명>을 전라북도 전주 '한지산업지원센터'의 협조를 받아 "<상> 물이 빚어내는 하늘 빛, <중>다양한 한지세계 , <하>무궁무진한 한지의 쓰임새"로 세 편으로 나눠 연재한다.한지 발견 설화
약 1,000년 전 신라시대, 경남 의령군 봉수면 서암리 뒷산 국사봉에 대동사 (包头寺) 라는 절에 설씨(薛氏) 성을 가진 주지승이 살고 있었다. 주변에는 닥나무가 많이 자생하고 있었다. (동국여지승람東國與地勝覽 의령현 토산조에 닥(楮), 종이(紙)가 보인다).하루는 주지승이 닥나무를 꺾어 절 앞의 반석에 앉아 이를 두드리며 놀다가 지팡이를 두고 돌아갔다. 다음날 닥나무의 껍질이 반석에 말라붙어 얇은 막처럼 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주지승은 일부러 닥나무의 껍질을 벗겨 돌로 짓이겨 반석에 늘어놓고 다음날 다시 와 봤다. 아니나 다를까, 이 껍질이 역시 엉겨 붙어서 말라 있었다. 주지승은 이를 발전시켜 한지를 만들어 쓰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조금 다른 내용의 구전설화가 의령향우지<의령향우>에 써있다. “1,000년 전 고려 때 의령군 봉수면 서암리에 국사봉 중턱에 약 20년전까지 터가 있었다는 대동사의 주지 ‘설(薛)’씨가 어느 봄날 닥나무껍질을 흐르는 냇물에 담가 뒀더니 껍질이 물에 풀리면서 삼베 올처럼 섬유질이 생기는 것을 발견해 이를 손으로 주물러서 바위 위에 건져 놨더니 종이와 같은 물체가 만들어져, 종이를 만들게 됐다” 고 전한다.한지의 역사
한지는 문방사우(文房四友)라 불리울 만큼 우리민족과 가장 가깝게 지내온 귀한 존재로 우리민족 생활사 속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해 그 명맥을 유지하며 세계 속에 한지의 우수성을 펼치고 있다.인류사회에 있어서 문화의 발달은 종이에서 비롯 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우리나라의 종이인 '한지(韓紙)'는 예로부터 주변국가에까지 널리 알려졌으며, 특히 '닥'을 주원료로 하여 만들었기에 순우리말로 '닥종이'라고 불려왔다.한지가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는지 자세히 알수는 없지만, 기원전 2세기 중국 문경제년간 (179-141 B.C.) 무렵에 제작된 방마탄에서 출토 된 종이가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종이며 그 무렵에 우리나라도 종이생산 기술이 전해졌으리라 추측된다.이후 서기 105년 중국 후한때 채륜이 종이를 개량한 시기와 비슷하게 우리 나라에서도 나름 대로의 창조적인 기술개량을 통해 종이생산에 힘써왔으며, 신라시대에 이미 중국에 희고 곱게 다듬은 종이가 수출됐고 고려시대에 들어 수공업의 전문화와 인쇄술 · 제지술이 발달 하면서 더욱 질 좋은 종이를 수출하게 됐다.특히 중국의 걸러뜨는 방식과 달리 외발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종이 뜨는 방식을 사용함으로써, 희고 광택이 있으며 질긴 종이를 생산, 수출해 중국뿐만 아니라 인접 지역에까지 널리 우리나라의 종이가 알려져 천하제일로 여겨졌다.한지는 예로부터 시대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고, 색깔이나 크기, 생산지에 따라 다르게 부르기도 했다. 대표적인 구분은 재료 · 만드는 방법 · 쓰임새 · 크기에 따라 나눠졌으며, 이에 따른 종이의 종류는 대략 200여종에 이르렀다. [견오백지천년<중>,무궁무진한 한지의 활용 편 참조]이처럼 다양하게 생산된 종이는 주로 그림과 글씨를 쓰기 위한 용도로 가장 많이 소비됐고 일반 민중속에서는 다양한 공예 기법을 창조적으로 발전시켜 다양한 용도의 생활 용품과 장식적 아름다움을 표현한 예술로도 활용 됐다.한지 제조과정
<닥나무 채취 및 닥무지>닥나무는 11~2월 사이에 1년생 햇닥나무를 베어 원료로 사용한다. 닥나무는 껍질이 잘 벗겨지도록 찜통에 쪄준다. 벗긴 껍질을 흑피(피닥)라고 하며, 흑피를 물에 불려서 칼로 겉껍질을 제거한 것을 청피라고 한다. 청피의 청색 부분을 제거한 것이 백피가 된다.<닥나무 껍질 잿물에 삶기>밀대, 콩대, 볏짚 등을 태운 재를 뜨거운 물로 걸러 잿물을 만든다. 물에 충분히 불린 백닥을 약 30~40㎝ 정도 크기로 적당히 잘라 닥솥에 넣고 잿물과 함께 4~5시간 정도 삶는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좌우명 : 아무리 얇게 저며도 양면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