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종혁기자] 문화재청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함안 성산산성 17차 발굴조사(2014~2016년)에서 출토된 23점의 목간(木簡)에 대한 보존처리를 마치고 4일 그 내용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함안 성산산성(사적 제67호)에서는 1991년부터 2016년까지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가 발굴조사를 진행해, 총 308점의 목간이 출토된바 있다.
함안 성산산성에서 출토된 목간은 신라의 지방 지배체제와 조세체계 등을 구명(究明)할 수 있는 중요한 유물로 평가되며, 17차 발굴조사에서 출토된 목간 중 주목되는 것은 4면에 모두 글자가 기재되어 있는 사면목간 1점이다. 이 목간은 소나무를 폭이 좁은 사각형(細長方形的)으로 깎아 만든 것으로, 길이 34.4㎝, 두께 1.0~1.8㎝에 총 56글자가 쓰여 있다.그 내용은 진내멸(眞乃滅) 지방의 촌주(村主)가 중앙(경주) 출신 관리에게 올린 보고서 형식으로, 잘못된 법 집행에 대해 그 잘못을 두려워하며 이를 상부에 보고하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목간의 중심시기인 6세기 중반경에 신라 지방사회까지 문서행정이 구체적으로 시행되고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고, 6세기 중반의 신라 시대 법률인 율령(律令)을 확인하였다는 점에서도 큰 의의를 가진다.즉, 목간에서 ‘□법 30대(□法卅代)’, ‘60일대(日代)’ 등의 표현은 30일, 60일이라는 기간을 명시해 놓은 법률 용어로, 이를 통해 당시 신라는 율령을 통한 엄격한 지방 지배체제가 확립됐음을 알 수 있다.또한, 함안 성산산성 출토 목간에서 신라 왕경인을 대상으로 한 관등체계인 경위(京位) 관등명이 처음으로 확인된 것도 주목할 만한 사항이다.그동안 함안 성산산성에서 출토된 목간에서는 신라 지방 거주민을 대상으로 한 관등체계인 외위(外位) 관등명만 확인됐는데, 이번에 출토된 목간에서 경위(京位) 중 12등급인 ‘대사(大舍)’라는 관등명이 발견된 것을 통해, 함안 성산산성이 중앙정부의 직접적인 통제 아래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삼국사기(三國史記)』에 기록되어 있지 않은, ‘급벌척(及伐尺)’이라는 외위 관등명이 새롭게 등장한 것도 매우 흥미롭다. 경위(京位)는 신라 왕경인(王京人)을 대상으로 하는 관등체계로 17등급으로 구분됐다. 외위(外位)는 신라의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관등체계로 11등급으로 나눠졌다..
문화재청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4일 오후 1시부터 열리는 한국목간학회 제25회 정기발표회에서 그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며, 지금까지 출토된 함안 성산산성 목간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집대성하는 『韓國의 古代人木簡 Ⅱ- 함안 성산산성(가제)』책자를 2017년에 발간해, 우리나라 고대 목간 연구를 더욱 활성화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