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홍승우 기자] 수백억원대 비자금 조성 및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롯데건설 전ㆍ현직 임원들이 검찰 수사에 불만을 드러내 파장이 일고 있다.검찰이 비자금 용처를 밝히지도 않은 채 불명확한 공소사실로만 기소했다는 것.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유남근)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이창배 전 롯데건설 대표의 변호인 측은 "비자금 중 얼마를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는지 확인돼야 의견을 밝힐 수 있는데, 검찰의 입장이 없다"며 문제 제기했다.   또 "검찰이 주장하는 범죄 액수는 비자금일 뿐 횡령한 액수는 아니라"라며 비자금 조성 의혹과 횡령 혐의의 경계선을 분명히 했다.이에 검찰도 강하게 맞서고 나섰다. 검찰은  오히려 이창배 전 대표의 변호인 측이 소명할 기회를 충분히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성한 비자금 중 합법적 용처에 대해서만 소명한다면 이를 횡령액수에서 제외하고 기소하겠다고 했음에도 어느 누구도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무엇보다 검찰은 "롯데건설 측이 컴퓨터 파일을 삭제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한 흔적이 발견되는 등 조직적인 증거인멸 정황이 있었다"며 "사용처에 관해서는 피고인들이 소명해야 할 성격도 있는 사건이라는 것이 검찰 입장"이라고 지적했다.이 전 대표와 하모(59) 롯데그룹 부사장 등 이 회사 전·현직 임원 4명은 2002년 1월부터 2013년 4월까지 하도급업체 공사 대금을 부풀린 뒤 일부를 돌려받는 수법으로 총 302억여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로 기소됐다.검찰은 이렇게 조성한 비자금이 로비 등 정상적 회계처리가 불가능한 곳에 쓰였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검찰은 다만 이 전 대표는 2009년 3월 임기를 끝으로 롯데건설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만큼 전체 비자금 중 240억여원에 대해서만 기소했다.다음 공판준비기일은 다음달 6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