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사람들은 늘 과거에 빚을 지고 살아간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삶의 의미’와 ‘가치 있는 시간들’은 우리보다 먼저 살다 간 사람들의 희생과 헌신이 맺어준 열매이다.연극 <툇마루가 있는 집>은 그들에 대한 감사함과 우리들 각자가 앞장서서 거름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한 부채감으로부터 출발한 작품이다. 또한 극중 주인공 남자와 같이 1970~80년대에 청년기를 보낸 이 시대의 중장년들이 각자의 트라우마가 되어버렸을 한국 현대사의 상흔과 화해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담겨있는 작품이기도 하다.연극 <툇마루가 있는 집>은 지나간 시간인 1983년과 1979년, 그리고 현재의 시간이 교차되고 중첩되면서 이야기가 이어진다. 주인공 남자는 과거의 인물들과 같은 공간에 공존하면서 그들의 생활을 엿보기도 하고, 망자가 되어서 집을 찾아온 자신의 형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극은 충격적인 사건이나 심각한 갈등을 좇는 구조가 아니라, 주인공 남자가 조우하는 과거 인물들의 일상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무대 위에 등장하는 각 인물들의 세밀한 심리 묘사와 디테일한 비즈니스가 극의 재미를 더해줄 것이다. 더불어 주인공 남자가 그들을 엿보며 느끼게 될 정서적 울림을 관객들도 함께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툇마루 밑, 저 깊은 곳에 감춰둔 흑백 기억의 상처들
잊었다고 생각했지만 잊을 수 없는 뜨거운 기억과 상처, 그것을 어루만지는 우리의 이야기, 우리네 인생이야기.
남자가 오래 전 세상을 떠난 형의 기일을 맞아 아내와 함께 자신이 어릴 적부터 청년기까지 살았던 옛 집을 찾는다. 남자는 이곳에서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일제 강점기와 6.25전쟁, 군사독재시절, 그 거친 역사의 격랑에 자신의 몸도 축축하게 젖어든 것도 모른 채 숨죽여 살아온 할머니. 허상만 좇으며 평생 무능하고 무책임했으며 그래서 두려운 존재였던 술주정뱅이 아버지. 일찍 세상을 떠난 장남을 가슴에 품은 채 삶의 모진 풍파를 견뎌내야 했던 어머니. 저항의 시절을 살다 먼저 떠난 형. 그리고 비상식과 차별과 폭력이 지배하던 시절, 이 사회의 음지에서 오로지 살아내느라 세상이 떠안기는 온갖 상처와 수모를 온몸으로 감당해내야 했던 정양과 찬숙, 현숙 그리고 문간댁을...창작공동체 아르케는 그동안 참신한 창작극 발굴 및 정통 번역극을 주로 공연하며 안정적 평가를 받아오는 동시에 전시를 접목한 다원예술 및 실험극 등의 시도를 지속하면서 다양한 관객 저변을 확보한 극단으로 성장해 왔다.연극 <툇마루가 있는 집>은 2015 ‘서울연극인대상’ 연출상 수상과 2015 ‘공연과 이론’ 작품상 수상으로 주목을 받은, 힘 있고 색깔 있는 김승철 연출의 ‘연극언어’로 무게감을 더하여 주제를 심화하고 관객에게는 깊은 여운의 감동을 안겨줄 것이다.또한 능수능란하고 섬세함이 묻어나는 연륜있는 배우 이대연, 강애심, 이경성, 장용철, 김성일과 개성 있는 색깔로 뜨겁게 연기하는 젊은 배우 신욱, 한보람, 김현중, 구선화, 박시내, 송현섭, 김보라, 김혜은이 만들어 내는 감동있는 무대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2016년 공연예술 창작산실 우수신작 릴레이공연 김승철 작, 연출의 <툇마루가 있는 집>은2017년 2월 10일(목)부터 26일(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