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 회장, 임기 1년 남겨두고 자진 사퇴...이사장단 측과 리베이트 근절 위한 견해차 때문?
[매일일보 이아량 기자] 제약업계가 연초부터 뒤숭숭한 가운데 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제약협회마저 풍랑을 맞고 있다.2010년부터 한국제약협회를 이끌어온 이경호 회장이 임기 만료 1년여를 남겨 둔 시점에서 돌연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이에 따라 협회는 차기 회장 선출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주요 제약사들의 불법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해 사정당국이 압수수색 등 강도 높은 수사가 단행되고 있어 선출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16일 업계에 따르면 이경호 회장은 지난 12일 신년기자간담회에서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할 때”라며 “협회가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차원에는 오늘 2월 정기총회를 끝으로 협회장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이 회장의 이같은 돌발 자진 사퇴 배경을 두고서 업계에서는 이견이 분분하다.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6년 넘게 제약협회를 이끌어오면서 제약업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긍정적 평가를 한다.
정부와 기업간 중간 징검다리를 역할을 하면서 정부의 바이오 제약산업에 대한 R&D 투자 지속을 이끌어냈으며, 복제약 시장에서 머물던 한국 제약산업에 대한 한계성을 뛰어넘기 위해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약을 통해 자체 신약 개발에도 아낌없는 독려를 해왔다.하지만 이 회장은 업계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방법 면에서는 협회 이사장단과 마찰을 빚어왔다.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는 “작년 협회 차원에서 소속 회원사를 상대로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리베이트 의심 기업 무기명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결과의 공개 여부를 놓고 이사장단은 공개를, 이 회장은 업계 상황을 고려해 비공개 입장을 피력하면서 서로 간 마찰이 심했다는 얘기는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다.이어 그는 “결국 비공개를 하는 선에서 결론났지만, 올 초 다시 불거진 LG생명과학, 휴온스 등 주요 제약사의 리베이트 관련 압수수색 소식은 이사장단 측에 무게 중심이 더 쏠리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귀띔했다.따라서 이 관계자는 “차기 회장이 누가 선출될지는 모르지만,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이를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인물이 회장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한편, 협회는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해 이사장단 후보 추전을 받은 후 공식 선임하고 나서 총회 보고를 통해 임명하는 순서를 거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