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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지난해 배우 최지우, 주진모가 변호사역으로 주인공을 맡은 TV 드라마 ‘캐리어를 끄는 여자’가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에서 주진모는 살인 누명을 썼고,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을 하다가 힘들게 사법고시에 합격한 최지우는 주진모를 변호하는 재판 장면이 나온다.최지우는 살인 피해자 부검에 참여한 연구자 증인 심문에서 “별첨 서류 한 장이 빠졌다는 걸 검찰 측이 모르고 있는 것 같다. 터널비전이라는 게 있다. 일단 피고인이 유죄란 증거가 나오면 검찰은 그 사실만 보고 다른 건 보지 않는다는 현상을 말한다. 검찰 측은 지금 터널 비전의 오류에 빠져 있다. 부검의 사망 후 변호인 측이 검찰 측에 문제의 별첨 서류를 재요청했으나 의도인지 실수인지 이렇게 똑같이 한 장이 빠진 서류를 보내왔다.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뜻이다”라며 검찰 측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지금의 박영수 특검이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를 시작하면서 ‘터널비전의 오류’에 빠진 것은 아닌지 의문을 품게 만들고 있다. 특검은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재단법인과 단체에 낸 기부금 성격의 돈을 뇌물로 판단하고, 뇌물공여와 횡령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이 도주의 우려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음을 누구보다도 특검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검찰과 특검이 삼성에 대한 압수수색을 세 번에 걸쳐서 했고, 삼성 관계자들 모두 특검의 소환조사에 응해 왔다. 하지만 특검의 강수는 박근혜 대통령을 뇌물죄로 몰아가기 위해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터널비전의 오류에 빠진 것으로 판단하기에 충분하다.특검은 당초 탄생배경부터 정당성과 공정성에 대한 비판을 받았다. 여야의 합의가 아닌 야당만이 특검을 추천하는 법을 통과 시켰기 때문이다. 이미 심판자의 균형을 잃어버린 상태다. 이와 관련, 법무법인 화우 소속 김대휘 변호사가 법률신문에 기고한 ‘사실인정과 오판’에 따르면 1심과 항소심간 유무죄 판단의 차이를 보인 가장 주된 요인은 판단자들 사이에서 취약한 유죄 증거에 대한 감지능력의 편차 때문이라고 했다. 다양한 증거 유형에 대한 감지능력 차이는 판단자에 내재해 있는 심적 한계인 ‘터널비전’에 연유한다는 것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중요하지만 정의 실현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도주,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 대한민국 대표 기업의 경영자를 인신 구속 수사를 해야 정의가 실현된다고 생각하는 특검의 머릿속이 궁금하다. 특검 관계자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가?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14일 트럼프 미국대통령 당선자의 테크서밋에 외국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초청을 받았지만 특검이 전날 출금조치를 하면서 이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 부회장이 트럼트 대통령 당선자를 만나게 되면 글로벌 위상이 부각돼 나타날 수 있는 구속 영장 청구 부담을 사전에 없애려는 특검의 의도가 있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판결과 상관없이 특검이 ‘터널비전의 오류’에 빠졌다는 비판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특검이 공권력의 독선과 심판의 오류에 빠지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