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이란수출 '스톱'··정부 처방은 땜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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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이란수출 '스톱'··정부 처방은 땜질?
  • 이황윤 기자
  • 승인 2010.08.26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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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지난달 1일부터 시작된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조치 장기화가 불가피해지자 정부가 대책을 내놨다. 그동안 뾰족한 대책 없이 발만 구르던 중소 수출업체들에게 '자금수혈'이라는 처방을 내린 것이다.

명목은 이란과 교역하는 국내 수출 중소기업의 피해를 막기 위한 긴급지원이었다. 하지만 지경부와 금융위원회는 국제적인 이란제재 강화조치 이후 두 달이 지나 대책을 세웠다. 수출업계에서 사실상 땜질에 가까운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소 수출기업 자금난 심화…자금지원, 만기연장 등 마련

25일 내놓은 정부의 대책은 자금난 해소를 위해 이란 교역기업에 300억원 규모의 경영애로자금을 지원하는 게 골자다. 금리는 3.7~5.4%로 3년간 5억원 한도 내에서 이뤄진다. 워크아웃 중이거나 피해규모가 1억원 이상인 기업이 대상이다. 원금 상환도 1년6개월 유예해 줬다.

무역보험공사를 통해 유동성도 지원한다. 수출보험 사고 통지시 신속한 심사를 통해 보험금을 준다. 기업은행은 특별자금 대출시 기업당 최대 3억원내(대출기간 1년이내)에서 보증을 지원한다.

은행권도 기존 여신 만기연장, 수출환어음 매입대금 상환기간 연장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대(對)이란 무역애로센터를 무역협회내에 설치하고, 은행연합회에 은행권의 기업지원 대책반을 두기로 했다.

◇수출피해 눈 덩이…사후약방문?

그러나 문제는 이미 국내 수출업체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다는 점이다. 지경부와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초 미국의 포괄적 이란 제재 법안이 발효된 이후 국내 수출업체의 피해가 나날이 늘고 있다.

무역협회가 회원사들의 문의가 빗발치기 시작한 지난달 중순께 이란과 교역하는 회원사 중 임의로 선정한 16개 업체를 상대로 이란 제재조치에 따른 수출피해현황을 조사했다.

그 결과 각 업체별로 적게는 200만~500만 달러, 많게는 3000만 달러~4000만 달러 등 모두 6200만 달러 상당의 피해를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제재 조치 초기인 점을 감안하면 피해규모는 더욱 급증할 것이라는 게 무역협회의 의견이다.

제재조치 한 달이 지난 이달 11일~12일 지경부와 코트라(KOTRA)가 내부적으로 대(對)이란 교역기업 1600여개를 대상으로 피해실태를 자체 집계한 결과 응답기업 301개사 중 222개사가 제재조치 이후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출 피해금액의 경우 미결제금액이 이달 중순 현재 2억2500만 달러에 달한다.

지경부 관계자는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전수 조사도 아니고 1600여개 기업 중 301개 기업만 응답해 대략적인 피해규모만 추정할 뿐"이라며 "정부 내부에서는 정확한 피해규모를 추정하기는 어렵지만 응답 기업 중 일부 중소기업들은 부도를 호소하는 업체도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對)이란수출은 약 39억9000만 달러, 수입은 57억5000만 달러로 우리나라 교역국 중 15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수출은 철강판이 5억7000만 달러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합성수지(3억6000만달러)와 자동차(3억4000만 달러), 자동차부품(3억 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수입은 원유가 가장 많은 48억6000만 달러, 석유제품(4어3000만 달러), 유화중간원료(1억4000만 달러), LPG(1억2000만 달러) 순이었다.

올해 들어 경기회복에 따른 양국간 교역량은 더욱 활발했다. 올해 1월~6월 현재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48.6% 증가한 25억6000만달러, 수입은 64.4% 증가한 40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이란과의 무역수지는 지난해 17억5000만 달러 적자에서 올해 상반기 14억7000만 달러 적자로 격차를 좁혔고, 교역국 순위도 지난해 15위에서 올해 상반기 14위로 한 계단 올랐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이란과 교역하는 기업은 총 2142개사로 이중 교역규모가 100만 달러 미만인 중소 수출업체는 1734개사, 수입업체는 220개사로 전체 기업의 81.6%를 차지한다. 100만 달러~1000만 달러 수출입업체도 각각 223개, 20개사나 됐다.

결국 두 달 동안 정부가 미국과 이란의 눈치를 살피며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사이에 국내 수출입기업들의 피해는 늘어만 갔다. 특히 시중 은행들이 지난달 8일까지 이뤄진 수출입거래에 대해서만 대금결제를 승인함에 따라 대기업보다는 영세한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무역협회 고위관계자는 "제재 강화 쪽으로 갈 것 같아 이란의 교역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애로가 심각하다"며 "우회해서 수출하는 것은 물론 거래은행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관련 업계는 철강, 자동차, 자동차 부품, 가전제품 등의 수출품목이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란 제재조치가 석유자원 개발과 정유 산업과 관련된 생산 활동뿐만 아니라 시설·장비 투자도 막고 있다. 때문에 석유화학, 플랜트업계는 현지 생산시설 가동중단이나 수주계약을 연기·취소하는 등 사업에 차질을 빚었다.

정부는 유관기관을 통해 수출 피해를 지원한다는 방침이지만 뾰족한 수를 내지 못한 채 속만 끓고 있다. 이란 제제조치가 유엔(UN)과 유럽연합(EU), 미국이 주도하고 국제사회가 동참하는 분위기여서 무시할 수 없는데다 한미 우호관계 특성상 이란과의 거래를 지속하기엔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이란 제재조치가 하반기 무역수지에 영향은 미치겠지만 대(對)이란 수출이 전체 수출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로 정도로 큰 규모는 아니다"면서도 "미국 쪽 상황을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정부, 정확한 수출피해 산정 못한 채 대책 '급조'

이란 제재조치 이후 현재까지 정부 차원의 단계별 조치는 크게 두 가지로 이뤄졌다. 지난달 초 이란 제재조치 이후 7월8일 이전 이뤄진 거래에 대한 대금결제를 구제해 줬다.

2단계 조치로는 8월18일부터 원유수입 관련 송금결제를 승인해 원유수입을 재개했다. 정부는 2단계에 이어 마지막 3단계조치로 원유를 제외한 나머지 교역상품의 수출입에 중점을 둔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원유는 풀렸지만 나머지 물품들은 언제쯤 교역이 시작될 수 있는지 정부 내부에서 검토 중"이라며 "앞으로 추가로 나오는 대책은 원유 이외 품목 수출이 관건으로 이것이 이란 제재조치에 따른 마지막 3단계 대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제대로 된 정확한 피해현황내역 조차 파악하지 못한 정부의 안이한 상황판단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중소기업청은 상황에 따라 일시적 경영애로자금 300억원을 비롯해 재해중소기업자금도 추가로 200억원 투입할 계획이다.

중기청은 이란 무역업체 2100여개 중 제재조치 여파로 자금난을 겪는 업체는 178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또 대(對)이란수출 교역업체 357개가 제재조치에 따른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기청은 이란과의 수출비중이 50% 이상인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자금을 중점 지원할 방침이지만 현재 정확한 지원규모는 집계조차 못한 실정이다.

중기청 관계자는 "이번에 피해 입은 기업 중 경영애로자금을 집중 투입하는 기업은 50여개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50여개 기업의 피해규모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추가로 지원하는 재해중소기업자금에 대해 "8월이면 재해자금을 쓸 일이 별로 없어서 여유분이 생길 것"이라며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자금지원을 기정사실화했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지경부 역시 이란 제재조치 이후 무역협회나 코트라를 통해 간접적으로 피해업체를 파악할 뿐 전수조사는 단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았다.

지경부 관계자는 "7월부터 사건(제재조치)이 터졌는데 올 들어 계속 이란 쪽 수출이 증가하다가 7월에 수출(상승세)이 꺾였다"며 "아직 한 달 치밖에 자료가 없어 정확한 피해규모는 추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제휴사=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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