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단행된 삼성그룹 정기 인사에서 이건희 회장의 아들 이재용 상무가 전무로 승진했다. 지난 2003년 상무가 된 지 4년만의 일. 이로써 향후 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한 움직임에 한층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재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미 지난 2005년부터 이 전무의 승진설이 제기됐지만,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 사건과 관련 경영권 승계 논란이 불거졌던 만큼 본인 또한 승진을 고사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이번 승진을 계기로 대외 활동에도 박차를 가하는 등 장기적으로 이재용 체제로 가기 위한 수순을 차근차근 밟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재계에서는 이 전무와 비슷한 또래의 오너 2,3세들이 경영전면에 나서며 급부상하고 있다. 신세계 이명희 회장의 아들 정용진 부회장이 지난해 연말 승진한 것을 비롯해, 정의선 기아차 사장, 정지선 현대백화점 부회장 등이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 이 전무 외에는 이 상무의 여동생 부부인 이부진 호텔신라 상무·임우재 삼성전기 상무보,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보·김재열 제일모직 상무 모두 제외됐다.
'이재용 체제' 속도 붙을까
이 전무는 앞으로 삼성전자의 신설 조직인 CCO(고객담당 최고경영자)를 맡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삼성전자의 기존 사업부에서 분리된 새로운 조직 CCO는 삼성전자의 국내 외 고객사와 협력사를 비롯해 고객 관리 등을 총괄한 예정.
일각에서는 이 전무가 최근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통신이나 TV 사업 쪽으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결국 소비자는 물론 삼성전자의 모든 거래선 관리를 총괄하는 업무를 맡게 됐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 전무는 삼성전자의 주요 경영회의에는 참석했지만, 의사결정보다는 '경영수업' 차원으로, 일선과는 떨어져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재계의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듯, 이번 인사를 살펴보면 향후 이 전무 중심의 체제로 가기 위한 변화의 조짐이 엿보인다.
일단 역대 최대 규모인 30명을 부사장으로 승진시킨 점이 주목되는데, 특히 세대교체를 염두에 두고 젊은 경영 후보군이 대거 기용됐다.
즉 젊고 능력 있는 차세대 CEO후보군을 두텁게 함으로써, 향후 이 전무 체제가 안정적으로 구축되도록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뿐만 아니라 일각에서는 외부영입 인재들이 그룹 핵심 분야에 포진하게 된 점 또한 이 전무 체제로의 변화에 무게를 둔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여성·30대 파격 승진, 삼성 성과주의 '뚜렷'
한편 이번 삼성그룹의 정기인사에서는 삼성 특유의 '성과주의'가 그대로 반영됐다는 평가다.
특히 최초의 여성전무가 탄생했는가 하면, 30대 임원도 3명이나 나와 주목을 받았다.
화제의 주인공은 최인아 제일기획 제작본부장. 이화여대 정외과를 졸업하고 지난 84년 광고계에 발을 들여놓은 최 전무는 2002년 광고계 대가들에게 주어지는 '마스터'로 선임되는 등 국내 광고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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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전무 외에도 이인재 삼성카드 정보기획팀장이 상무보로 승진해 여성 임원 대열에 올라섰다.
그런가하면 삼성전자 강윤제(38), 노태문(38), 삼성카드 이재용(39) 상무보는 30대의 나이에 임원으로 파격 승진하며 주목을 받았다.
강 상무보는 삼성전자의 간판 LCD TV인 '보르도' TV의 디자인을 개발해 판매 성장에 기여한 공로로 '자랑스런 삼성인 상'을 받은 데 이어 최연소로 승진하는 기쁨도 안았다.
노 상무보는 세계 최초로 6.9mm 200만 화소 카메라 단말기를 개발하고, 초저가 싱글 폴더폰을 개발하는 등의 기술력을 인정받아 승진했다.
미국 미네소타, 하버드대에서 응용수학을 전공한 이 상무보는 선진 금융회사의 리스크(위험)관리 기법과 고객관리 방법론을 도입해 수익 신장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