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이재용號' 닻 올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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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이재용號' 닻 올리나
  • 권민경 기자
  • 승인 2007.01.2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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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무 승진... 경영권 승계 가속화

최근 단행된 삼성그룹 정기 인사에서 이건희 회장의 아들 이재용 상무가 전무로 승진했다. 지난 2003년 상무가 된 지 4년만의 일. 이로써 향후 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한 움직임에 한층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재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미 지난 2005년부터 이 전무의 승진설이 제기됐지만,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 사건과 관련 경영권 승계 논란이 불거졌던 만큼 본인 또한 승진을 고사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이번 승진을 계기로 대외 활동에도 박차를 가하는 등 장기적으로 이재용 체제로 가기 위한 수순을 차근차근 밟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재계에서는 이 전무와 비슷한 또래의 오너 2,3세들이 경영전면에 나서며 급부상하고 있다. 신세계 이명희 회장의 아들 정용진 부회장이 지난해 연말 승진한 것을 비롯해, 정의선 기아차 사장, 정지선 현대백화점 부회장 등이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 이 전무 외에는 이 상무의 여동생 부부인 이부진 호텔신라 상무·임우재 삼성전기 상무보,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보·김재열 제일모직 상무 모두 제외됐다.

'이재용 체제' 속도 붙을까

▲ <이재용 전무>
이 전무는 앞으로 삼성전자의 신설 조직인 CCO(고객담당 최고경영자)를 맡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기존 사업부에서 분리된 새로운 조직 CCO는 삼성전자의 국내 외 고객사와 협력사를 비롯해 고객 관리 등을 총괄한 예정.

인사 발표 직후부터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이 전무가 어떤 보직을 맡을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일각에서는 이 전무가 최근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통신이나 TV 사업 쪽으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결국 소비자는 물론 삼성전자의 모든 거래선 관리를 총괄하는 업무를 맡게 됐다.

지난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 전무는 그동안 경영기획팀에 소속돼 경영지원, 기획 등의 업무를 맡아오다 2003년 상무로 승진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 전무는 삼성전자의 주요 경영회의에는 참석했지만, 의사결정보다는 '경영수업' 차원으로, 일선과는 떨어져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를 계기로 이 전무의 경영권 승계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실제로 '전무' 직급은 사업부 휘하의 팀장을 맡아 한 부서의 운영과 실적을 책임지는 등 실제 경영에 참여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재계의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듯, 이번 인사를 살펴보면 향후 이 전무 중심의 체제로 가기 위한 변화의 조짐이 엿보인다.

일단 역대 최대 규모인 30명을 부사장으로 승진시킨 점이 주목되는데, 특히 세대교체를 염두에 두고 젊은 경영 후보군이 대거 기용됐다.

즉 젊고 능력 있는 차세대 CEO후보군을 두텁게 함으로써, 향후 이 전무 체제가 안정적으로 구축되도록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뿐만 아니라 일각에서는 외부영입 인재들이 그룹 핵심 분야에 포진하게 된 점 또한 이 전무 체제로의 변화에 무게를 둔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디지털미디어총괄에서 정보통신총괄로 이동한 최지성 사장, 프린터사업부에서 디지털미디어총괄을 맡게된 박종우 사장, 홍보를 총괄하게 된 이인용 전무, IR담당 주우식 전무의 부사장 승진 등이 바로 이런 맥락이라는 것.

여성·30대 파격 승진, 삼성 성과주의 '뚜렷'

한편 이번 삼성그룹의 정기인사에서는 삼성 특유의 '성과주의'가 그대로 반영됐다는 평가다.

지난해 실적이 뛰어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과 디지털미디어총괄, 삼성중공업, 삼성코닝정밀유리 등에서 승진자가 상대적으로 많았고, 기술 및 연구개발직 인재들의 약진이 두드러진 것도 '성과 있는 곳에 승진 있다'는 원칙을 보여준 것이다.

특히 최초의 여성전무가 탄생했는가 하면, 30대 임원도 3명이나 나와 주목을 받았다.

화제의 주인공은 최인아 제일기획 제작본부장. 이화여대 정외과를 졸업하고 지난 84년 광고계에 발을 들여놓은 최 전무는 2002년 광고계 대가들에게 주어지는 '마스터'로 선임되는 등 국내 광고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

프로는 아름답다(베스띠벨리)',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삼성카드)' 등이 모두 최 전무의 작품. 삼성그룹 내에서는 늘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최 전무는 지난 2000년 39세의 나이로 이사로 승진해 '최초의 공채 출신 여성임원'으로 화제를 모았고, 상무보, 상무로 승진을 이어나갔다.

최 전무 외에도 이인재 삼성카드 정보기획팀장이 상무보로 승진해 여성 임원 대열에 올라섰다.

그런가하면 삼성전자 강윤제(38), 노태문(38), 삼성카드 이재용(39) 상무보는 30대의 나이에 임원으로 파격 승진하며 주목을 받았다. 

강 상무보는 삼성전자의 간판 LCD TV인 '보르도' TV의 디자인을 개발해 판매 성장에 기여한 공로로 '자랑스런 삼성인 상'을 받은 데 이어 최연소로 승진하는 기쁨도 안았다.

노 상무보는 세계 최초로 6.9mm 200만 화소 카메라 단말기를 개발하고, 초저가 싱글 폴더폰을 개발하는 등의 기술력을 인정받아 승진했다.

미국 미네소타, 하버드대에서 응용수학을 전공한 이 상무보는 선진 금융회사의 리스크(위험)관리 기법과 고객관리 방법론을 도입해 수익 신장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런가하면 적자폭이 커진 삼성전자 생활가전총괄의 이해진 사장은 서남아 총괄로 빼는 대신, 생활가전총괄은 사업부로 축소시켰다. 또 김재욱 반도체총괄 메모리제조담당 사장은 기술총괄 제조기술담당으로 발령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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