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김과 나눔의 큰집, 종가를 만나다
종가宗家는 불천위不遷位국가나 학문에 큰 공이 있어 사당에 영원히 모시는 신위 조상을 중심으로 한곳에 터를 잡아 대대로 내려온 큰집이다. 상주는 경상북도에서도 많은 종가를 보유하고 있는 곳으로, 상주에 자리 잡은 열여섯 개의 종가들은 학덕學德을 기반으로 오랜 시간 가통家統을 이어왔다.이번 전시는 ‘섬김’의 마음으로 종가를 지키며, 가문을 넘어 지역사회에 ‘나눔’을 실천해 온 상주 종가宗家의 참모습을 통해 현재를 돌아보고 종가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제1부 ‘학문으로 뿌리내리다’ 에서는 유학을 바탕으로 학문에 정진하여 상주 학맥學脈으로 뿌리내린 종가의 이야기를 다룬다. 문묘文廟 공자를 모신 사당 배향 행사를 그린 유일한 기록화인 ‘성정계첩聖庭契帖’을 비롯해 서애 류성룡西厓 柳成龍, 1542~1607의 학맥을 잇는 ‘삼선생 수적 주절주해三先生手蹟朱節註解’, 풍산류씨 우천종가의 학문적 전통을 엿볼 수 있는 서애 류성룡의 ‘경상經床’ 등이 소개된다.
특히, 영호남의 소통을 이끈 학자 우복 정경세愚伏 鄭經世, 1563~1633 종가의 대산루對山樓 ‘공工’자 벽은, 학문에 대한 종가의 열정을 보여준다.제2부 ‘마음으로 섬기다’ 에서는 효제孝悌를 가훈으로 삼아 부모님께 효도하고 형제간의 우애를 나누며, 자손 대대로 제사를 받든 종가의 이야기를 다룬다. 여산송씨 우곡 송량愚谷 宋亮, 1534~1618을 모신 효곡재사孝谷齋舍 현판懸板을 통해 지극한 효성으로 마을 이름이 바뀐 사례를 알 수 있고, ‘이동식 감실’은 6.25전쟁과 같은 위급한 상황에서도 조상 섬김의 정신을 실천했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임진왜란 당시 왜적에게 쫓기는 상황에서도 아픈 동생을 업고, 백화산을 넘어 살아난 형제의 이야기를 그린 ‘월간 창석 형제 급난도月澗蒼石兄第急難圖(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217호)’는 형제간의 돈독한 우애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한다.3부 ‘나눔으로 실천하다’ 에서는 집 안팎으로 덕을 베풀어 나눔을 실천한 종가의 이야기를 담았다. ‘안반案盤’과 ‘백비탕白沸湯 그릇’에 얽힌 유물 이야기를 통해 종가 사람들의 배려심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종가가 함께 세운 최초의 사설 의료 기관인 존애원存愛院과 교육 기관인 도남서원道南書院의 자료들을 통해 그들의 나눔과 실천의 정신을 확인할 수 있다.
“종가의 사람들은 누구보다 절제된 삶을 살며, 부모에 대한 효도라든지, 나라에 대한 충이라든지 이런 부분을 실천해왔는데, 우리가 본받아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병학(1961년생), 광산노씨 소재 노수신 종가 13대 종손
“종가는 조상을 위하고, 제사를 받드는 그런거지. 제사는 마땅히 해야 될 일이지. 종가에 왔으니, 암만 고달파도 해야 되는 게 제사지.” 윤갑묵(1944년생), 흥양이씨 창석 이준 종가 13대 종부
“마당에 떡메를 놓고 떡을 치는데, 우리 시어머니가 이렇게 밑으로 내려앉으시면서 문을 닫으시더래요. 머슴이 급히 먹다 맥히면(막히면) 죽는다고. 내가 안 보면 급히 안 먹는다고 그래서 당신이 피한데... 가져가고 싶은 만큼 가져가고, 먹고 싶은 만큼 먹어라 이런 마음이었겠죠.”
이준규(1943년생), 진양정씨 우복 정경세 종가 14대 종부 - 인터뷰 내용 중상주박물관, ‘종가宗家’ 정신을 이어가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지역 박물관과 진행하고 있는 <K-museums 지역순회 공동기획전> 사업은 상호 협업을 통해 우수한 지역 문화를 발굴·소개함으로써 지역 발전의 활로를 찾는 것을 목표로 한다.상주박물관은 이번 국립민속박물관과의 협력전시를 통해 지역민들과 함께 소중한 지역문화를 발굴해, 그들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공고히 하고자 한다. 더불어 관람객에게는 종가와 종가가 이어온 정신적 가치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사진자료 국립민속박물관ㆍ상주박물관>좌우명 : 아무리 얇게 저며도 양면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