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호 경제] 국내 증권사들의 주가전망이 연달아 빗나갔다. 주가 예측은 '신'만이 할 수 있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을 만큼 증시전망이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증권사들이 실제 증시와는 정반대의 분석을 잇따라 내놓고 있어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과 2월 주식시장은 증권사의 전망과는 완전히 반대로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증권사의 전망과 반대로만 하면 성공한다"는 속설까지 등장할 정도.
지난해 연말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1월 효과'를 강조하며 코스피 지수 전망치를 1500수준으로 제시했지만, 뚜껑을 열어보자 지수는 1300선에서 맴돌았다. 새해 랠리를 외쳤지만 결과가 예상과 다르자 2월 전망에서는 부진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조정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2월 들어 증시는 초강세를 보였고 코스피 지수는 1500선에 육박할 만큼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증권사의 이같은 '엉터리' 전망은 삼성, 교보, 대우 등 국내 10대 증권사들 대부분에서 나타났지만, 특히 대신증권과 메리츠 증권은 '오판'에 있어 단연 두각을 보였다.
1월 효과는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로
연초 증권사들은 '1월 효과'를 강조하며 투자자들에게 '매수'와 '비중확대'를 권유했다. 1월 효과란 주가가 뚜렷한 이유도 없이 월별·월중·일별 등 일정한 시기에 따라 강세나 약세를 보이는 '계절적 이례 현상' 가운데 하나로, 1월의 주가 상승률이 다른 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한화, 굿모닝신한, 한국증권 등 일부에서 조심스럽고 신중한 분석을 내놓은데 비해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장밋빛 전망' 기대감에 부풀었다.특히 대신증권은 "지수 변동성은 다소 커질 수 있겠지만 상승기조는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며 "코스피지수는 사상 최고치 수준을 넘어 1520선까지 상승할 전망"이라고 가장 낙관론을 들고나왔다. 메리츠 증권 또한 "지난해 글로벌 증시에서 한국증시만 조정을 받았는데, 2007년에는 이런 현상이 해소될 것"이라며 "코스피가 대형주를 중심으로 1520선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그러나 코스피 지수는 연초 개장일을 넘기자마자 급락을 거듭해 사흘만에 1400선대가 무너졌고, 하락세가 이어져 1월 31일 1360선에 마감됐다.대신, 메리츠 증권, 2월에도 오판은 '계속'
2월 전망에 있어서도 오판은 멈추지 않았다. '1월 효과'를 기대했지만, 쓴맛을 본 증권사들은 2월 주식시장은 1월에 이어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지수 전망은 고사하고, 방향성 예측도 못해
이처럼 증권사들이 연달아 거꾸로 가는 전망을 내놓자,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증권사들이 지수 예상은커녕 방향성조차도 예측을 못하면서 투자자의 혼란만 가중되는 상황. 실제로 앞서 메리츠증권은 엉터리 매수추천 등을 내놓아 한차례 곤혹을 치른 바 있다. 메리츠는 지난해 7월 반도체·통신기계 제조사인 '아이브릿지'에 대해 두 차례 보고서를 통해 "유비쿼터스 수혜주로 대규모 환골탈태가 진행 중이고, 매출이 대폭 호전 추세에 있다"고 분석하며 투자의견을 '매수'로 유지하고, 당시 2100원대였던 아이브릿지 주가를 목표가 3070원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불과 4개월만에 부도가 났고, 주가는 90%가까이 하락했다.이처럼 증권사들이 잇따라 잘못된 증시전망을 내놓는 것과 관련,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애널리스트들의 '아니면 말고' 식 보고서로 인해 개인투자자들의 손해만 늘고 있다"면서 "잘못된 보고서를 내고도, 재빨리 의견을 바꿔 다른 보고서를 내면 그만일뿐, 별다른 문책 없이 넘어가는 증권사의 상황이 악순환을 키우는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