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관도 원고 자격이 있다는 점, 첫 인정
[매일일보] 국가기관도 다른 국가기관이 내린 행정처분의 적부(適否)를 다툴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사실상 처음 나왔다. 자연인(개인)이나 법인(기업) 이외 국가기관도 원고 자격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서울고법 행정9부(부장판사 박병대)는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선관위 직원에 대한 징계조치를 취소하라는 국가권익위원회 결정은 부당하다"며 권익위를 상대로 낸 불이익처분 원상회복 등 요구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1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기간끼리 내린 조치라도 일반국민에 대한 행정처분과 같다고 할 정도로 영향력이 있고, 처분의 위법성을 다툴 다른 법적 수단이 없을 때에는 (행정소송) 자격이 있다고 본다"고 판시했다.이어 "권익위와 선관위는 대등한 국가기관이 아닌 공권력과 처분의 대상으로 봐야 하고, 권익위가 선관위 직원에 대한 징계 취소까지 요구한 것은 신고자 보호조치의 도를 넘었다"고 설명했다.법원 관계자는 "기존 행정소송 상 원고적격의 인정범위를 확대한, 새로운 법리를 시도한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경기도 선관위는 2007년 7월 당시 김황식 하남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투표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하남시 선관위 직원 A씨를 다른 도시로 전보하는 문책 인사를 했다.A씨는 이듬해 권익위에 '선관위 내부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한 보복인사'라는 신고와 함께 전보 명령 취소 및 관련자 처벌을 신청했고, 권익위는 징계를 취소하라는 결정을 전달했다. 그러나 A씨는 2009년 파면됐고 권익위는 '파면을 취소하고 신분을 보장하라'는 처분을 다시 내렸다. 이에 선관위는 소송을 제기, 법원은 결국 선관위의 손을 들어줬다.앞서 1심 재판부는 "행정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에서 국가기관인 경기도 선관위원장은 원고가 될 수 없다"며 각하처분한 바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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