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한 것은 부족한 것만 못했다”
[파이낸셜투데이=성현 기자] 제주항공의 비상이 화제다. 지난해 다수의 해외노선을 취항하고 1500억대 매출을 올리는 등 성장세가 가파르다. 최근에는 ‘1만원 제주도티켓’으로 인터넷을 달구기도 했다.
경사가 많아서였을까. 잘 나가던 제주항공에게 패배의 쓴맛을 안기는 사건이 발생한다.
제주항공이 해고당한 전 기장과의 재판에서 패한 것이다. 노조간부로 일하던 기장이라는 점이 곤혹스러움을 더한다.
물론 제주항공은 상소를 했지만, 징계에 관해 의문스러운 내용은 한둘이 아니다. <매일일보>의 자매지 <파이낸셜투데이 >가 그 내막을 추적해봤다.
당사자들은 아니라는데 과거까지 들춰가며 노조간부 몰아내
법원 “안전수칙을 위반해 징계는 필요하지만 해고는 과했다”
콕핏에 앉은 개그맨
2008년 11월 최기장은 개그맨 김모씨를 조종실에 태우고 운항한다. ‘미인가자는조종실에 탑승 할 수 없다’는 안전수칙 위반이다. 이 일을 고발한 투서로 인해 최기장은 상벌위원회에 회부된다. 그런데 상벌위원회는 다른 행적들도 거론한다. 과거 최기장이 여승무원들에게 했던 발언들이었다. 지난 2008년 5월, 여러 승무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최기장은 특정 여승무원에게 “얼굴이 못생겼다”는 발언을 한 사실이었다. 또, 다른 여승무원을 질책한 사실도 징계에 포함됐다. 2008년 8월, 운항 중 난기류가 발생하자 객실에 있던 한 여승무원이 자발적으로 안내방송을 한다. 기장의 허락을 받도록 돼있지만 이같은 과정 없이 안내방송을 한 것이다. 최기장은 해당 승무원의 상급자에게 이에 대한 질책을 했다.의문으로 남은 투서와 징계수위
최기장의 승소로 결론났지만 의문거리는 산적해있다. 우선 투서는 직원만이 출입 할 수 있는 장소에서 발견됐지만 작성자 스스로가 제주항공의 직원이 아님을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소속을 밝힐 필요가 없는 투서임에도 어떤 이유로 외부인을 자청한 것인지 의문이 간다. 제주항공의 한 기장은 “상벌위원회도 문제가 있다. 공고도 없이 상벌위원회 소집일정을 잡았고 그 자리에서 징계가 결정됐다”고 전했다. 한편, 제주항공의 상벌위원회 규정을 살펴보면 피심사인은 재심신청권이 있다. 그런데 재심여부를 상벌위원장이 맡는다고 규정돼있다. 재심가능성에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최기장의 복직여부만 문제인 것은 아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제주항공의 안전성이 승객들에게 부정적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인가자의 조종실 탑승이 이뤄졌다는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게 된 것이다. 사건 이후 최기장은 중국에서 거주하며 중국항공사에서 일하고 있다. 또한, 제주항공 조종사 3명도 “더 이상 못 참겠다”며 타 항공사로 떠났다고 한다. 최기장의 해고가 결정된 이후, 125명의 동료가 탄원서를 낸다. 탄원서가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한동안 큰 관심사가 됐다. “평소 노조원과 비노조원에 대한 회사의 처우가 달랐다”는 한 직원의 이야기로 미루어보아 당시 제주항공 직원들의 불만은 적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이 사건으로 직원들은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금 일깨웠을 것이다. 그러나 징계는 과했다. 정직이나 감봉 등 최기장이 수용할만한 징계로 끝났다면 이 사건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고 조용히 마무리됐을 것이다. 하지만 권고사직 후 퇴사라는 강한 징계를 내렸고, 소송으로 이어졌으며 1심에 불복해 상소까지 하는 등 외부에 알려지게 됐다.제주항공은 노조탄압기업이라는 꼬리표를 얻게 될 수도 있다. 노조간부에 대한 해고라는 점은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이슈화 되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해고라는 극단적인 선택보다 안전교육 강화 내지 징계수위 조절 등의 방안을 써야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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