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성동구청은 뚝섬과 성수역 일대를 대상으로 하는 지구단위계획의 수립용역에 착수했다. 동 용역은 과거 공장지대였던 해당 지역의 붉은벽돌 건축물들의 보전에 중점을 둠에 따라 허용용적률은 크지 않을 것이다. 이에 제2의 강남으로도 불리는 성수동은 추후 옛 모습을 상당부분 간직한 저층주거지로 남을 공산이 크다.2015년에 미래유산으로 지정된 북정마을은 지난 60~70년대의 모습이 남아있는 서울의 달동네로 만해 한용운의 자택인 심우장 등의 명소가 위치해 지붕없는 박물관이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동시에 북정마을이 속한 성북동은 주거지로서의 빈부격차가 극심한 곳이기도 하다. 때문에 지난 7월에 이곳의 재개발이 허가되면서 사업추진을 원하는 주민들과 지역경관의 보전을 주장하는 의견이 양립하고 있다.지방의 사례도 비슷하다. 지난해에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목포의 조선내화공장은 공장부지가 재개발 사업지구의 공동주택부지에 포함돼 극심한 진통을 겪은 바 있다. 천년의 고도라 불리는 경주에서도 현행법상의 문제는 없다지만, 이미 불국사 인근에 아파트단지가 들어섰고 주상복합단지가 추가될 예정이다. 부산에서는 복천동 고분군 일대의 재개발이 승인되면서 경관훼손은 물론 세계유산 등재 추진도 어려워질 전망이다.이들 사안들의 공통점은 기존의 저층지역을 고밀도로, 상업시설보다는 대개 아파트로 개발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다. 이는 현 정부의 핵심국정과제인 도시재생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특히 지방도시에서는 쇠퇴한 원도심의 재생이라는 과업으로도 이어진다. 도시재생의 모범사례로 일본의 록본기힐스가 제시되던 종전의 기준에 비춰본다면 저런 방식의 노후지역 개발도 필요한 사안이다.
하지만 재건축과 재개발을 배제하고, 개발보다는 보전에 중점을 두는 현 시점의 도시재생도 특히 장소성의 보존같은 측면에서 타당성을 가진다. 더구나 기존 재개발지구의 원주민 정착률 등을 살펴본다면 오히려 서민친화적인 정책이 된다.
과거에는 재개발이 되면 공짜로 새 아파트를 받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노후지역에 거주하는 서민들에게 재개발사업에 따른 추가분담금이 큰 부담이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사실상 유일한 주거 젠트리피케이션 양상이기도 하다.
그런데 서울 등의 대도시에서는 여전히 대규모의 주택공급이 요구되면서 이를 충족시키는 한 방편으로 일각에서는 고밀도개발을 주장한다. 지금처럼 외곽을 개발하고 이를 도심과 연결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비용으로 차라리 도심을 재개발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논리도 함께 제시된다.이처럼 지역경관과 문화를 보존해야 한다는 견해와 개발을 주장하는 논리를 살펴보면 마치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아 보인다. 하지만 좁고 꼬불꼬불했던, 그래서 옛 정취를 살릴 수 있었던 인사동에 대로를 내어 개발하면서 과거의 모습과 특성이 희석된 사례를 보면 굳이 당장의 효율성을 최우선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세계의 주요 도시들이 구시가와 신시가의 공존을 통해 관광자원 등의 부가적인 도시경쟁력을 유지하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따라서 눈앞의 경제성이나 효율성을 이유로 지역유산이나 문화를 상실하는 정책의 실행은 피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