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장관회의에서 민간활력을 높이는데 필요한 건설투자를 확대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자 청와대는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으로서의 건설투자는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현 정부는 지난 2년간 사회간접자본(SOC) 등 건설투자의 축소를 공언하고 실행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기조는 금년에 접어들면서 건설투자의 확대로 확연하게 바뀌었다. 주요 23개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한다는 획기적인 조치를 담은 국가균형발전프로젝트가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여기에 생활SOC 3개년 계획과 노후 인프라 개선대책을 더하면 계획된 투자규모만도 100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대통령의 발언은 건설투자의 확대라는 정부정책의 전환을 확인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일각에서 내세우는 건설업계가 폭리를 취한다는 주장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지만, 실상은 건설산업을 토건족이라며 적폐로 폄하했던 근거도 충분한 것은 아니었기에 결과적으로는 이전 정부와의 차별성을 한시적으로 내세웠을 뿐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근거로 그간의 잘못된 정책이 결국 실패로 귀결됐다며 비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정부방침이 설령 일부일지라도 오류를 인정하고 조속히 바로잡으려는 것이라면 이를 비난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옳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모두를 실패로 이끄는 그릇된 리더십은 흔한 반면 솔직한 리더십은 드물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설투자의 확대에 사회적 지지가 더해지더라도 다음의 사항만큼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우선 건설산업이 최우선은 아니라는 인식이 선행돼야 한다. 아무리 건설투자가 경제성장률 등의 수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더라도 이를 반대로 실행해서는 안된다.
가령 제조업의 활황으로 생산능력을 확충하면서 발생하는 공장과 물류같은 건설수요의 증가는 자연스럽지만 건설투자를 먼저 늘림으로써 타 산업의 호황을 이끌어내기는 어렵다. 이는 도시경쟁력을 중점적으로 논하는 창조경제론에서나 부분적으로 통용되는 사안이다.
그리고 민간투자의 확대는 조심스럽게 추진해야 한다. 국내에서 민간투자사업이 악한 이미지로 굳어진 것은 최소수입보장조건(MRG) 등으로 대표되는 과거의 사례들에 기인한다. 일부 사업은 민자보다 정부의 직접투자가 타당했다는 사후평가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때문에 추후 발표될 민간투자 활성화방안 등에는 과거의 실패사례가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
또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는 성급한 건설투자는 지양해야 한다. 지금도 한편에서는 환경영향평가 등을 장애물로 규정하며 사업성 확보와 조속한 건설사업의 착공을 위해 이를 완화하자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런데 자연환경 등에 대한 영향은 도시에서의 재건축이나 재개발 사업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된다. 더구나 경제위기를 맞닥뜨리지 않은 현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오히려 빠른 착공보다 세심한 준비과정이다. 이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것과 유사한 맥락이다. 모든 카드를 먼저 써버리면 정작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을 때 꺼낼 수단이 없다는 우려가 그것이다.
덧붙여 정부의 건설투자확대는 필연적으로 부동산가격의 상승으로 연결된다. 투자수요가 뒤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한 예로 정부 방침에 맞춰 서울시가 마이스(MICE)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언급하며 잠실과 마곡의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도, 시장의 방향성도 일정수준 예상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현실과 정책 간의 균형점을 찾아낼 것인지가 정부의 숙제로 남을 것이다.
◇주요약력
△공공기관 자문위원(부동산·민간투자사업·도시재생 등) 다수 △건축· 경관· 도시계획위원회 위원 다수 △도시·공공·디자인위원회 위원 다수 △명예 하도급 호민관·민간전문감사관 △한국산업인력공단 출제위원 등